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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주열 총재 연임, 잘한 결정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4 17:04

수정 2018.03.05 09:53

文대통령 "한은 중립성 보장".. 긴축과 가계빚 숙제 풀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66)를 연임시키기로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일 "이 총재의 연임은 한국은행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4년 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했다. 과거 정권과 단절 의지가 강한 문 대통령이지만 중앙은행 총재만은 예외로 다뤘다. 반가운 일이다. 문 대통령의 실용주의가 돋보인다.
이 총재의 2차 임기(2018~2022년)는 문재인정부와 같이 끝난다.

이 총재는 정통 한은맨이다. 통상 한은맨은 물가를 중시하는 매파 성향을 띤다. 기준금리도 깐깐하게 관리하는 편이다. 하지만 1차 임기 중 이 총재는 되레 비둘기파로 분류하는 게 맞다. 4년 전 취임할 때 기준금리는 2.5%였다. 지금은 1.5%로 떨어졌다. 2016년 6월엔 1.2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앙은행과 달리 정부는 늘 저금리를 선호한다. 성장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진보든 보수든 다를 바 없다. 그 점에서 문 대통령은 굳이 이 총재를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듯하다. 게다가 한은 총재 후보는 국회 청문회를 거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누가 되든 새 인물은 부담이다.

한은 총재 연임은 40여년 만에 처음이다. 1차 4년 임기 보장은 오래전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연임만큼은 쉽지 않았다.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새 전통을 세운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주요 선진국을 보면 중앙은행 수장 연임은 예외가 아니라 관행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가운데 윌리엄 마틴 2세(1951~1970년)와 앨런 그린스펀(1987~ 2006년)은 19년 동안 한자리를 지켰다. 마틴 2세는 트루먼부터 닉슨까지 대통령 다섯명이 바뀌었고, 그린스펀은 레이건부터 부시(아들)까지 대통령 네 명이 바뀌었다. 심지어 중국도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이 16년째 재임 중이다. 왜 이렇게 할까. 중앙은행과 정치를 분리하는 게 경제에 좋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다시 중책을 맡았다.
저금리는 성장을 도왔지만 1450조원대 가계빚 유산을 남겼다. 세계경제는 천천히 그러나 뚜렷하게 긴축으로 방향을 트는 중이다.
이 총재가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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