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트럼프 철강 관세, 제 발등 찍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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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등 보복관세 추진.. 이러다 모두 패자될 판

미국발 글로벌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유럽연합(EU)은 지난주 철강 등 관세폭탄 방침에 반발, 미국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드슨, 위스키 생산업체 버번,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에 보복관세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EU의 자동차에 세금을 매길 것"이라며 맞불을 놨다. 여기에 캐나다, 중국도 가세했다. "철강 관세는 무역전쟁으로 가는 첫 번째 총성"이라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경고가 현실이 돼간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무역전쟁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리 라이스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도 "수입제한 조치는 미국 경제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국제기구가 특정 국가의 무역정책에 비난 성명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 내에서도 후폭풍이 거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수입 부품 없이 미국이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겠느냐. 수천개의 미국 공장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도 "1930년대 초반에 전개된 세계 무역전쟁은 '세계 대공황'으로 이어졌다"고 경고했다.

실제 보호무역주의는 대공황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930년대 대공황은 1929년 뉴욕증시 폭락으로, 당시 허버트 후버 미 행정부가 불황타개책으로 관세율을 59%까지 올리면서 시작된다. 이에 맞서 유럽 국가들도 관세율을 높이며 보호무역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미국 수출은 1929년 70억달러에서 1932년에 25억달러로 급감했다. 결국 후버 행정부의 관세법은 보호무역주의를 확산시켜 단기간에 끝날 미국의 경기침체를 세계적 공황으로 이끈 것이다. 이후 세계 각국은 이에 대한 반성으로 자유무역을 중시하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WTO 체제를 출범시킨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100년 전으로 되돌린 것이나 다름없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폭탄으로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미국 노동자는 20만명이 채 안된다. 반면 철강 등 원자재를 수입해 다양한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 종사자는 650만명이 넘는다. 당장 보복관세 발표날 미 증시는 철강주만 올랐을 뿐 전체적으로 1% 이상 떨어졌다.
트럼프는 수입 철강에 관세를 매기는 행정명령에 이번주 공식 서명한다. 하지만 이는 제 발등을 찍는 일이다. "보복관세의 악순환이 이어지면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더 가난해질 것"이라는 크루그먼 교수의 '근린 궁핍화(beggar thy neighbor)' 우려를 새겨듣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