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팀플레이와 재계 신사협정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5 17:02

수정 2018.03.05 17:02

[기자수첩]팀플레이와 재계 신사협정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에 채택돼 치러진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금메달을 딴 이승훈을 위해 정재원이 페이스메이커 역할로 달린 것을 두고 비판적 의견들이 제기됐다. 정재원이 선두로 나서서 다른 선수들을 견제했던 '팀플레이'가 개인전 경기였던 만큼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하게 경기에 임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스포츠맨십을 비춰볼 때 아쉬운 부분이다. 결과 지상주의 스포츠 국가주의라는 비판에 대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스스타트의 팀플레이 논란을 보고 재계에서 LG그룹과 GS그룹 간 암묵적으로 맺었다는 신사협정이 떠올랐다.
재계에선 한솥밥을 먹던 두 그룹이 지난 2004년 계열분리를 통해 독자경영에 돌입하면서 상대가 하고 있는 사업엔 진출하지 않음으로써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선을 지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LG그룹은 전자, 화학, 통신을 주요 사업으로 삼았다. GS그룹은 정유, 건설, 유통사업을 주축으로 삼아 두 그룹이 상호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정유업체인 GS칼텍스가 지난달 2조원을 투자해 여수공장에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건설해 석유화학 사업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올레핀은 에틸렌과 폴리에틸렌 등을 포함한다. 올레핀의 경우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탓에 주로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업체들이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해 생산해왔다. GS칼텍스가 MFC를 건설한다는 것은 사실상 NCC를 통해 석유화학 사업을 강화하는 것으로 업계에선 이해하고 있다. LG와 GS 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본격 경쟁이 벌어지게 된 셈이다.

문제는 두 그룹이 우호적 관계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분야 중복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이 나왔다.


하지만 대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한계에 부딪힌 현 시점에서 두 그룹이 상호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일부러 경쟁을 피해야 한다는 의견은 마치 하나의 팀으로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의 새로운 먹거리 앞에서 양보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앞으로 부담을 가져야 할 경우가 더 생길 것이다.
경쟁을 피한다는 암묵적 약속 대신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대결하자는 다짐이 신사협정이라는 단어에 더 어울린다.

gmin@fnnews.com 산업부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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