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북한을 보는 다양한 시선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5 17:02

수정 2018.03.05 17:02

[기자수첩]북한을 보는 다양한 시선


어린시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불렀지만 단 한 번도 소원이 통일이었던 적은 없었다. '남북한은 한민족'이라고 배웠지만 북한이 내 민족이라고 느낀 적도 별로 없었다. 딱히 북한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애정이 있지도 않았다.

어쩌다 이산가족의 사연을 접하면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미사일을 쐈다는 뉴스가 전해지면 괜스레 무섭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잊히곤 했다.
이를테면 '경험하지 못함'에서 오는 무관심이었다.

북한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였고, 그 속의 사람들은 만나보지 못한 이방인이었다. 물론 누군가에게 북한은 갈 수 없는 그리움의 땅일 테다. 그러나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다. 경험에서 오는 차이다. 통일이 '민족의 염원'이라지만 누군가에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일 수 있다는 얘기다. 미지의 세계와 하나가 돼 이방인과 함께 살아가는 게 낯선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니던가.

시대가 변했고 가치관이 달라졌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도 과거와 같을 수는 없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것도 생각의 차이를 읽지 못한 데서 출발했다. 정부는 1991년 현정화.리분희 선수가 한 팀을 이뤘을 당시의 감격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무려 27년 전이었다. 2018년을 '1991년의 눈'으로 봤으니 엇박자가 안 나는 게 되레 이상했을 터다. 정부가 27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도록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함의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점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이 방북길에 올랐다. 한반도 비핵화의 첫 단추가 될지 모를 일이다. 훗날 통일의 역사가 이번 방북을 중요한 촉발점으로 기록할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남북관계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북·미 대화를 중재하지 못하더라도 남북이 대화를 했고, 그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모아냈다. 적어도 남북 사이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는 남북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남남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당위성만으로 남북관계를 바라봐선 안 된다. 답은 없다.
'2018년의 눈'이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정부가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테다.

ehkim@fnnews.com 정치부 김은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