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당신만의 투자설명서가 있나요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5 17:14

수정 2018.03.05 17:14

[차장칼럼]당신만의 투자설명서가 있나요


한참 먼저 결혼한 친구가 "아이에게 들려주라"며 카세트 테이프와 책이 든 '낡은' 영어교재를 건넸다. 요즘 세상에 카세트 테이프라니. 친구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카세트 라디오를 새로 장만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본체와 함께 책 한 권이 들어 있다. 심심할 때 보라고 사은품으로 넣어둔 책이 아니다. 카세트 라디오를 잘 쓰도록 도움을 주는 '사용설명서'다. 각 부품에 대한 설명부터 사용하는 방법, 취급 시 주의사항까지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들이 빼곡하게 담겼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휘리릭 한번 넘겨보고는 서랍 깊숙이 모셔뒀다. 카세트 라디오를 처음 써보는 것도 아니다. 사용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카세트 라디오에 이상이 생겼다. 이리저리 만져보고, 심지어 몇 대 쥐어박기도 했으나 어디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사용자가 드물어서인지 인터넷에도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급히 사용설명서를 찾았다. 거기에는 '이상이 생겼을 때 이렇게 조치하라'는 내용이 있었고, 어렵지 않게 문제를 해결했다.

우리는 전자제품을 사용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꼭 만든 사람의 탓으로 돌리지는 않는다. 사실 대부분의 고장이나 오류는 사용자의 잘못이나 부주의로 발생한다. 카세트 라디오의 고장도 아이가 먹던 과자 부스러기가 원인이었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성공도, 실패도 오롯이 투자자의 몫이다. 투자에는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이를 해석하고, 예측하는 것은 투자자가 할 일이다. 자기만의 투자설명서나 투자지침서가 필요한 이유다.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할 당시 선배들이 해준 말이 떠오른다. "깨지면서 배우는 거야" "실전이 곧 교과서다" 등. 핵심은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자기만의 투자원칙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120% '맞는' 얘기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과 먹는 점심식사는 우리돈으로 40억원이나 한다. 경매에 내놓으니 그와 밥을 먹으려는 사람이 줄을 선다.
'대박날' 종목을 찍어주는 것도 아닌데 왜 어마어마한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밥을 먹으려고 안달일까. 버핏의 투자철학과 행동지침, 가치관 등을 배우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에게서 힌트를 얻든, 스스로 깨우치든 상관없다.
다만 투자설명서가 있어야 성공에 한발 더 가까워지고,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긴다는 점은 분명하다. 당신은 당신만의 투자설명서가 있는가. 첫번째 페이지는 무슨 내용인가.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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