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특사 파견] '비핵화' 담은 친서 전달.. 가장 시급한 북미대화 물꼬 튼다

평양서 1박2일 일정 돌입
수석특사 정의용 안보실장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 전달".. 국제사회와 대화 유도할듯
김정은 의중에 관심 쏠려
美, 대화조건 비핵화 내걸어.. 김 위원장 메시지 수위 따라 북미대화 성사여부 갈릴듯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이 5일 오후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 서울공항에 도착, 특별기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 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연합뉴스

대북특별사절단(대북특사단)은 5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공군2호기를 타고 서해직항로를 이용,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1박2일간 일정에 돌입했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한 대북특사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북·미 대화 중개와 한반도 비핵화 메시지를 전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4월 한·미 연합훈련을 앞둔 3월이 북·미 대화 성사의 '골든타임'인 만큼 이번 방북을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의중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북측을 다녀온 후 곧 미국을 방문한다.

이처럼 대북특사단은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진 시급한 북·미 대화뿐 아니라 향후 3차 남북정상회담을 조율하는 '투트랙'의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로 파견해 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듯 이번에도 파격적인 환대나 비핵화 의지와 관련된 특단의 제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 실장, 서 원장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김상균 국정원 2차장.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5명의 실무진이 동행한 대북 특사단은 이날 환영 만찬에서 한반도 안보정세를 비롯해 북·미 대화와 남북정상회담 등과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北에 비핵화 확고한 의지 전할 것"

수석특사인 정 실장은 이르면 이날 오후나 6일 중 김 위원장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전달하고, 북.미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김여정 특사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방남 당시 문 대통령이 직접 접견했던 점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의 면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정 실장은 방북 출발 전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대화와 관계 개선의 흐름을 살려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뜻을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긴요한 남북 간 대화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다양한 대화를 이어나가는 방안에 대해서도 (북측과)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별도의 출발인사를 했다.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문 대통령의 친서는 사전에 이미 정 실장에게 건네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첫마디가 "(대북특사단이 탄) 비행기 이륙했느냐"고 물을 정도로 이번 대북 특사단 파견에 거는 기대와 관심이 매우 크다.

대북 및 대미 관련 정부 부처들도 이번 방북이 북·미 대화를 이끄는 중요한 기회인 만큼 북측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명균 장관 대신 천해성 차관이 방북한 통일부는 정부서울청사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특별사절단은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위한 북·미 대화 진입을 견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기자대회' 오찬사에서 "북한은 강력한 제재 속에 미국과 담판 없이 핵심이익이 보장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평창올림픽 대화 모멘텀을 이어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대화에 나설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의중 주목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인 북·미 대화의 물꼬를 틀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관건은 김 위원장이 미국이 대화 조건으로 내건 비핵화 의지와 관련된 워딩이 과연 어느 수준으로 나올지다. 북한으로선 비핵화 의지를 직접 언급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적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의지 표명을 놓고 우리와 미국, 북한이 서로 다른 '의역'을 할 경우 현재의 대화 훈풍모드 분위기가 자칫 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일 문 대통령과 정상통화에서 대북특사단 파견을 협의한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중견 언론인 모임인 그리다이언클럽 연설에서 "그들(북한)이 며칠 전 전화해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며 "우리도 그렇다.

그러나 비핵화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팩트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북 특사단의 중재 성과와 김 위원장의 의중,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만 북·미 대화가 성사될 수 있다.

[e-mail] 임광복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