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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정치권 계산기 두드리기에 누더기 돼가는 경제법안들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5 17:21

수정 2018.03.05 22:10

수년째 정쟁에 막힌 정책.. 경제부처 속앓이
비슷한 규제완화법도 정권마다 상대진영 반대.. 정책 추진력 떨어져
[이슈 분석] 정치권 계산기 두드리기에 누더기 돼가는 경제법안들

최근 여야 간 정치공방이 격화되면서 중간에 낀 정부 경제부처의 속앓이만 깊어가고 있다.

정부의 국정철학과 정책방향에 맞춰 구상한 경제정책들을 발표하고 있지만 후속조치 이행을 위한 관련법안이 좀처럼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어서다. 정권마다 여야가 상대 진영의 정책을 쟁점화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정부 경제활성화 정책의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5일 국회 및 정부부처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사회적경제기본법,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의 구매 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사회적경제 활성화 3법'의 2월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사회주의적 사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지난 2014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사회적경제란 취약계층 고용과 문화 다양성 제고 등 공익적 가치를, 효율성이 높은 시장 원리를 일부 적용해 생산.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정부와 지자체의 구체적인 역할 등을 담아 올 상반기 중 부문별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발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여야가 좀처럼 관련법안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알맹이 빠진 대책만 담길 공산이 커졌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는 100대 국정과제에 담길 정도로 정부가 공을 들이는 과제다.

종합계획 수립일정도 지연이 불가피하다. 기재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경제 중장기 발전방안' 관련 연구용역을 7월 중으로 마칠 계획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대책이 담긴 종합계획이 언제 나올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기재부는 중간보고 형식으로 정책 일부를 발표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사업 등 법이 없어도 지원할 방안이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박근혜정부 당시 발의된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규제프리존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27개 전략산업의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민주당은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우려되고, 특정 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라며 야당 시절부터 해당 법안에 반발해왔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에서 혁신성장을 내걸면서 규제 완화 필요성이 대두되자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최근 민주당은 규제프리존법 내용을 반영한 '규제혁신 5법'을 발의했다.

이와 함께 서비스업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을 골자로 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국회에서 5년째 표류하고 있다.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새로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매번 나온다"면서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 많은데, 국회에서 입맛대로 쟁점화하며 처리를 미루는 탓에 정책 추진력 확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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