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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후폭풍] "트럼프, 유럽車 관세 협박 실익 없이 혼란만 부를 것"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6 17:20

수정 2018.03.06 17:20

CNN머니 ‘법적 근거’ 지적
[무역전쟁 후폭풍] "트럼프, 유럽車 관세 협박 실익 없이 혼란만 부를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대응에 맞서 유럽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이는 법적 타당성도, 실익도 없고, 혼란만 부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5일(이하 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유럽이 미국 자동차의 유럽 내 판매를 방해하면서 미국으로는 자유롭게 자동차를 쏟아붓고 있다면서 유럽 자동차에 그저 세금을 물리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트위터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평가는 어렵지만 과거 트럼프가 독일 자동차에 35% 관세를 물리겠다고 주장했던 점에 비춰 고율의 관세를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트럼프의 트위터 내용이 매우 감정적이고 충분한 생각을 거치지 않은 것이지만 그가 협박성 정책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실행이 가능할지, 실익은 있을지에는 전문가들이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우선 법적 근거가 없다.
철, 알루미늄에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매기기로 했지만 자동차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는 무리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셔먼 로빈슨 비상임 선임 연구위원은 "법적 타당성이 없어" 곧바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위원 조슈아 멜처도 비록 WTO 조정에 수년이 걸리겠지만 규정위반 판단이 내려질 것은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유럽도 미국에 보복조처를 내릴 수 있도록 WTO가 허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효성도 크지 않다.

미국에서 팔리는 유럽산 자동차 대부분이 미국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독일 BMW는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고, BMW 산하 세계 최대 자동차 조립공장이 됐다. 독일 자동차연구소(CAR)에 따르면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은 지난해 37만1000대를 생산해 이 중 35만여대는 미국에서 판매하고 1만6000대는 외국에 수출했다.

다임러 산하의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미국 내 판매차량 대부분은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도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외국에 수출한다. 자동차 부품을 목표로 하면 전 세계 자동차산업에 대혼란을 부를 수 있다. 자동차산업이 수십년간 구축해온 국제적으로 얽히고설킨 자동차 부품공급망이 요동치기 때문이다. 자동차 한 대를 완성하려면 부품들이 몇 번씩 국경을 이동하는 지금의 산업구조에서 관세는 이 같은 흐름을 차단해 자동차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는 미 경제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그동안 미국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시설을 확충해왔고, 수출기지로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관세는 미 자동차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 토종 자동차 업체라고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제너럴모터스(GM)은 지난해 미국에서 300만대를 팔았지만 미국 내 생산은 220만대에 그쳤다.
80만대는 외국 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입한 것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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