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KT의 '진짜 주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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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고경영자(CEO) 선임 방법과 자격요건을 새로 정하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일이 반복됐고, 이번에도 조짐이 보이니 미리 대응책을 찾자는 방편인 듯하다. KT 경영진과 이사회는 기업경영 경험이 있는 후보에 높은 점수를 주고, KT 내부 임원도 CEO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정관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새 정관안이 이상하다. 기존 KT CEO 후보의 자격요건에 KT 임원은 안 된다는 조항이 있었던가? 연 매출 20조원 규모의 KT를 운영할 CEO를 찾는데 기업경영을 성공한 경험이 있다면 높은 점수를 받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이치 아닌가? 그 당연한 얘기를 굳이 정관에 넣겠다는 수고는 의미가 있을까?

1996년 정부는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며 KT를 비롯한 여러 공기업을 민영화하기로 했다. 매각 찬반과 대주주 자격 논란, 유선 통신산업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KT 민영화는 진척되지 않았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외화가 궁해진 정부가 2000년부터 KT 주식매각을 서둘러 2002년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결국 정부가 외화 확보를 위해 급히 KT 주식을 팔아치운 셈이다.

KT CEO 논란이 불거지면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아쉬움이 있다. KT 안팎의 식견 있다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KT가 더 이상 정치세력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도록 주인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벌써 10년도 더 됐다.

사실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정권의 KT CEO 휘두르기 논란의 시작은 2002년 KT를 민영화하면서 지배구조와 주인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건너뛴 것 아닐까 싶다.

당시 정부는 KT의 지배구조에 제너럴일렉트릭(GE) 모델을 적용했다. 이사회 중심의 주인 없는 회사로 투명한 경영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인 없는 투명한 경영구조'를 '힘 있는 사람이 주인이 될 수 있는 자유분방한 경영구조'로 이해하는 권력자를 어찌 막을 수 있는지 연구하지 못했다. 주식을 파는 것에만 급급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이미 전 산업의 일반적 현상이 됐고, 5세대(5G) 이동통신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5G를 쉬운 말로 설명하면 세상 모든 사람과 기계가 통신망으로 연결돼 생활의 구조를 바꾼다는 말이다. 그래서 산업혁명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만큼 통신망의 중요성이 높아진다는 말이고, KT는 한국 통신망의 총아다.


이번 기회에 KT의 주인에 대해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KT는 계속 주인이 없어도 좋은지, 주인이 필요하다면 누가 KT의 주인 자격이 있는지, 주인이 KT 통신망을 훼손하면 누가 제어할 수 있는지, 정부는 통신망 소유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연구와 토론이 활발했으면 한다. 그것이 지금 당장 CEO 자격을 정하는 정관 개정보다 중요한 일 아닐까 싶다.

cafe9@fnnews.com 이구순 디지털뉴스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