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무역전쟁 '팀코리아'가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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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의 방아쇠가 될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의 철강관세가 임박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의 변심(관세 예외)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조용히 설득(아웃리치) 중이다. '위험한 글로벌 리더' 트럼프를 상대해 전 세계가 쩔쩔매고 있는 형세임은 분명하다. 군사동맹국이자 주요 교역국인 우리도 '트럼프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는 40대에 쓴 책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협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거의 모든 일을 거침없이 한다."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고 승리를 위해 거칠게 반격하는 식이다. 유럽이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하겠다고 하니, 앞뒤 재지 않고 유럽 브랜드 자동차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받아쳤다. 더 센 것으로 더 약한 것을 공격하는 전형적 '파이트 백'이다. 이를 두고 협상론 전문가 안세영은 "트럼프는 고도로 잘 계산된 전략적 행동을 하는 하드 포지션 협상가"라고 정의한다. 이런 류의 협상가는 상대를 적대시한다. 협상에서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상대에게 양보를 요구한다는 것이다.(도널드 트럼프와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 2017)

"나는 협상할 때 절대로 한 가지 선택만을 갖고 매달리지 않는다." 항상 자신을 유리하게 해줄 지렛대(실효적 수단)를 가져야 한다는 게 트럼프의 거래 철칙이다. 취임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FTA 폐기 위협은 물론 최근 무역흑자국 상대의 호혜세(보복성 관세),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등이 모두 트럼프의 지렛대다.

철강관세 세 가지 옵션 중 최악(한국 포함 12개국 관세 53% 부과)은 피했다지만, '25% 관세'는 우리에게 더 큰 것을 요구할 트럼프의 거래다. 무역적자를 빌미로 몰아붙이는 FTA 개정은 물론 지식재산권 규정 개정 압박, 농축산물 추가 개방, 한국기업 반도체 특허침해 조사,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미국산 무기 수입 추가요구 등 이미 현실이거나 예상되는 위협은 여러 개다. 우리의 바람과 달리 경제(무역)와 안보(북핵 문제 등)가 같은 고리다.

불확실성의 트럼프 시대, 우리 정부의 대응은 부실했다. FTA 강국으로서 통상 역량을 십분 발휘하지도, 상황을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 적진에서 고군분투 중인 '김현종(통상교섭본부장)'에 의지하는 전술로는 역부족이다.
이제라도 전열을 가다듬자. 통상.외교.산업.국방 등 범정부, 기업, 대내외 조력자(싱크탱크)가 한몸(팀코리아)처럼 움직일 때다. 특히 쇠약해진 통상당국은 인력을 더해 힘을 길러야 한다. '무역보복의 악순환'에 맞서 기업들은 각자 생존할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우리 산업의 구조조정을 더 미뤄선 안된다. 김현종이 자주 쓰는 말대로 '악마는 각론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