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북미대화 말아끼는 美...정보당국 여전히 의구심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7 15:17

수정 2018.03.07 15:17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미국은 6일(현지시간)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 및 북한이 비핵화 논의를 포함해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백악관이나 국무부 차원의 공식 성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트위터에 "북한과의 대화에서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수년 만에 처음으로 진지한 노력이 모든 관련 당사자들에 의해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가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다"면서 "어쩌면 헛된 희망일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은 어느 방향이든 열심히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또 이날 오후에는 기자들에게 “북한이 긍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낙관적 입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코멘트는 기본적으로 외교적 해결과 군사적 조치 등 모든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남북 대화 국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한국 정부 대북 특사단이 금주중 미국을 방문해 북한의 의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댄 코츠 국장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댄 코츠 국장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고위 정보 당국자들은 북한의 유화적 대화 제의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국가정보국(DNI)의 댄 코츠 국장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 “과거의 모든 노력들은 실패했다. 단지 북한이 성취하기 원하는 것을 성취하도록 그들에 시간만 제공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쩌면 이번 대화 제의가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될 가능성에 상당히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국방정보국장인 로버트 애슐리 육군 중장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핵개발이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당국자들의 신중한 입장은 북한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의 역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한다. 미국 관리들은 북한이 과거 클린턴, 부시, 오바마 행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벌이면서 동일한 행태를 반복해왔다고 생각한다.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 2대에 걸쳐 국방 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는 과거에 북한의 행태를 가리켜 “같은 말(horse)을 두번 사는 것은 진절머리가 난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내달 개최될 남북 정상회담과 향후 추진될 가능성이 있는 북미 대화는 지금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충분히 해볼만한 비즈니스다. 현 단계에서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만일 미국이 원하는 대로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결과가 도출된다면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 된다. 미국의 전임 대통령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북한의 비핵화를 트럼프가 군사적 충돌 없이 경제 봉쇄와 외교·군사적 압박을 통해 이뤄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대화에서도 미국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미국은 군사 행동을 포함하는 대북 강경책 추진을 보다 합리화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 북한도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 문제는 어쩌면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전하고 있는 트럼프에게 상당히 유용한 반전 카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 단계서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이전 행정부처럼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어 시간만 낭비하는 상황의 반복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협상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과 미국의 동맹들은 김정은 정권이 핵프로그램을 끝내도록 최대한의 압박을 계속 가할 것”이며 “비핵화를 향한 신뢰할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들을 목격할 때까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와 남북 화해 국면에도 확실한 비핵화가 보장될 때까지 미국의 대북 압박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jdsm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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