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미투 운동, 데이트 폭력 폭로로 확산.."기울어진 남성권력이 원인"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7 15:00

수정 2018.03.07 15:00

미투 운동, 데이트 폭력 폭로로 확산.."기울어진 남성권력이 원인"
각계 각층에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데이트폭력을 당했다는 폭로도 잇따르고 있다. 기존의 미투 운동이 갑을관계 등 위계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 고발이 주류였다면 연인 간의 데이트폭력도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당했다" 데이트폭력 폭로 잇따라
7일 가요계에 따르면 여성 뮤지션 A씨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강태구씨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대략 3년 반의 연인 관계를 이어나가는 동안 데이트폭력을 당해왔다"고 폭로했다. 강씨는 지난달 열린 제15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음반' 상을 비롯해 '최우수 포크 음반' '최우수 포크 노래' 상을 받은 포크가수다.

A씨는 강씨가 자신에게 음란영상 시청 등을 강요했으며 연인 관계가 끝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평소에는 옷차림과 화장,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폭언을 일삼았다고 했다.
강씨는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음악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영화계에서는 독립영화 감독 B씨가 자신과 사귀는 동안 가스라이팅과 데이트폭력을 가했다는 C씨의 주장이 제기됐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 등을 교묘하게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C씨는 "최근 미투 운동에 힘입어 주변인들도 과거 연인에게 당했던 일을 SNS에 올리길래 용기를 내게 됐다"며 "B씨가 수시로 욕설을 하고 물건을 내던지는 등 행동을 했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게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여성계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 뿐만 아니라 연인 간의 데이트폭력 폭로 역시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많은 여성들이 우리 사회의 불균형한 성별 권력 관계로 인해 데이트폭력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이제야 과거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성폭력과 데이트폭력은 유명인 주변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며 "데이트폭력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남성 권력에 의한 것인 만큼 기존 위계에 의한 성폭력 관련 미투와 같은 선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증가, 정부 대책 마련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데이트폭력 폭로는 최근 수년 전부터 SNS를 통해 이어졌는데 결국 데이트폭력 역시 남성이라는 성별 권력이 존재해 생기는 일"이라며 "'너 같은 게 뭘 아냐' '네가 말해도 달라질 것 없다'며 상대방에게 존재의 무력함을 강조하는 가스라이팅도 성별 권력이 한 쪽으로 기울어져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데이트폭력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피의자 검거 인원은 2014년 6675명에서 이듬해 7692명, 2016년 8367명으로 계속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내놨다.
데이트폭력에 엄정한 사건처리 기준을 마련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정폭력처벌법상 접근금지, 통신 차단 등의 임시조치를 '혼인생활과 유사한 정도의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동거관계'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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