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상여금 타협도 무산 … 최저임금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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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 권고안도 합의 실패..국회가 난제 풀 수 있을까

최저임금위원회가 산입범위 개편 등 제도개선 합의에 실패했다. 최저임금위는 7일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는 끝났다. 결과를 정부에 보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예견됐던 일이다. 그동안 최저임금위는 상여금을 비롯해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을 최저임금에 어떻게 포함시킬지 논의해왔다. 하지만 노동계와 재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당초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문제는 최저임금을 크게 올릴 당시 마무리돼야 했다. 하지만 노동계에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란 선물만 먼저 주고 난 뒤 산입범위를 넓히려니 문제가 생겼다.

노사갈등을 줄이려면 왜곡된 임금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오랫동안 기업들은 여러 이유로 높은 임금인상률을 자제하는 대신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 인센티브를 올려줬다. 그래서 기본급 비중이 낮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하지 않고 가파르게 최저임금을 올리자 부작용은 바로 나타났다. 고액 연봉자인 증권맨, 은행원들도 최저임금을 맞추려 월급을 올려주는 사례까지 나왔다. 외국인 근로자가 최대 수혜자라는 말도 나온다. 임금의 30%가 넘는 숙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정부와 정치권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어수봉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정기상여금과 교통비, 중식비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도 "최소한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에 넣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지난해 12월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도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넣는 권고안을 내놨다.

제도개선이 무산되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좁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때문에 고액연봉자까지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정치권에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도 촉구했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기업의 지급능력이나 근로조건.생산성 등의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해 현실성이 떨어진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최저임금 차등화를 시행하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일본은 지역.업종에 따른 최저임금 종류만 200여가지에 달한다.

이제 공은 정부와 국회로 넘어왔다.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할 7월 이전에 제도 정비를 끝내야 한다. 정부가 입법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이미 관련 법안이 제출돼 국회와 협의가 불가피하다. 법 개정절차 없이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복리후생 관련 수당 등은 최저임금법 시행규칙만 고치면 된다. 홍 위원장은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 합리적인 논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