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특사단 워싱턴행, 한·미 공조 더욱 절실

트럼프 대통령에 설명..비핵화 검증 빈틈 없길

평양에서 돌아온 대북 특사단이 8일 미국을 방문한다. 미.북 간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을 주선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워싱턴으로 가는 길이 평양길보다 더 순탄해 보이진 않는다. 특사단과 북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회동에서 표출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수사적 차원에 머무른 탓이다. 다만 북측이 대화 도중엔 핵.미사일 실험을 유예하겠다고 선언한 건 반길 일이다. 문재인정부가 긴밀한 한.미 공조로 북측이 진정성 있게 핵 폐기협상에 임하도록 실용적 접근을 펼칠 때다.

특사단과의 회동에서 북측은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를 북측의 비핵화 의지로 보고 방미길에 오를 참이다. 그러나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이란 두 전제조건이 함정이다. 북측이 늘 요구해온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등으로 연결돼 한.미 갈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어서다. 그래서인지 미국 조야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북은 비핵화라기보다 핵군축 대화를 하려는 것 같다"고 하지 않았나.

다만 비즈니스맨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 기회를 마다할 리는 없을 듯싶다. 그는 특사단 발표 후 "헛된 희망일지 모르나 어느 쪽이든 열심히 갈 준비가 돼 있다"며 북측과 탐색적 대화에 응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만일 미.북 협상에서 북한이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실험 중단을 미끼로 내건다면 달갑지 않은 사태다. 이 같은 핵.미사일 동결 카드가 대북제재나 미국의 군사옵션을 차단하려는 노림수라면 정부가 들러리 서선 곤란하다.

그래서 빈틈없는 한.미 공조가 절실하다. 북의 최근 '통남통미 접근'을 '위장평화 쇼'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지만, 핵무장을 완성하려는 시간 벌기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까지 버릴 까닭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여야 대표 회동에서 "정상회담과 대화를 위해 제재를 완화할 계획이 없다"고 언급해 일단 다행이다. 한.미는 선(先)경제지원을 통해 북핵 포기를 기대했다 큰코다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제 북측이 단계별 비핵화 과정을 검증하면서 사후보상을 하는, 새로운 공조방식을 고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