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해외 대기획]

"지자체에 밉보이면 인허가 안돼..‘코드’ 알고 현지에 녹아들어야"

[포스트 차이나를 가다] 강길호 법인장이 말하는 한세우타마의 성공비결

【 자카르타(인도네시아)=박소연 기자】 인도네시아에 거주한 지 2년째인 강길호 한세우타마 법인장(사진)은 매일 아침 6시에 알람을 맞춘다. 밤사이 발생한 자카르타 뉴스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현지 정보가 순간순간 바뀌기 때문에 한시라도 모니터링을 놓을 수가 없다. 존재하던 규칙이 없어지거나 없던 규정이 갑자기 생기는 일도 많다. 조코위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전국적 인프라 개발이나 부정부패 척결과 같은 굵직한 정책의 방향성은 바뀌지 않지만 한 단계 아래인 지자체의 시행령이나 제도는 현지에 깊숙이 적응하지 못하면 따라잡기 힘들다.

"법으로 현지 주민을 어느 수준 이상 고용하라는 명시적 기준은 없습니다. 그 대신 지자체에 밉보이면 인허가에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해주지 않습니다. 현지인 채용을 많이 안하면 외국인 근로 허가를 내주지 않는 식이죠. 그 '코드'가 뭔지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현지에 완전히 녹아들어야 합니다." 강 법인장의 경험 섞인 조언이다.

강 법인장이 현지에 부임해 가장 공들인 부분도 직원들과의 스킨십이었다. 한세실업의 비전을 현지 직원들과 공유한다는 경영전략을 중심으로 현지 주민들과 융합하는 것을 본사에서도 무엇보다 중요시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했다고 큰소리치는 식이 아니라 현지인들에게 인간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양국 간 문화 차이가 있듯 사람들의 분위기도 차이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직급을 높여 관리할 권리를 주는 것보다 월급을 올려 주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윗사람의 결정을 잘 따르지만 책임도 윗사람이 졌으면 하는 문화예요. 이 같은 국민성이나 문화를 잘 알고 고용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무슬림이 87%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한국의 회식 문화와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는 살짝 귀띔했다. 강 법인장은 "직원들과 대화, 접촉의 기회를 많이 만들고 이를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2년간 그러다보니 인도네시아 사람이 다 됐다"며 웃었다.

우리나라의 노동집약산업 성장기와 달리 인도네시아는 노동권도 강력하게 보장한다. 인도네시아 법정 근무시간은 주당 40시간으로 우리나라와 같다. 베트남(48시간)과 비교하면 80% 수준이다. 연장근무도 엄격하다. 한 시간을 넘기면 본급의 150%. 두 시간 넘어가면 200%를 지급해야 한다.

베트남이 인건비가 더 저렴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한세실업이 인도네시아 공장을 유지하는 이유는 '위험분산' 때문이다. 강 법인장은 "나라마다 특색이 있는데, 베트남은 휴가 때 열흘씩 쉰다"면서 "의류공장에는 10일이 굉장히 크다. 인도네시아 공장을 돌려 만회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스트차이나'로서 인도네시아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내수시장이 큰 데다 정치적 리더십도 갖춰져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코위 대통령과 같은 리더십을 가진 사람들이 쭉 정권을 잡는다면 인도네시아가 중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