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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Culture]삼총사로 묶인 10년..이쯤되면 '엄유민법왕'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8 16:58

수정 2018.03.08 16:58

삼총사 10주년 공연 앞둔 연출가 왕용범 & 배우 유준상
왕용범 연출은 40여명의 동선까지 계산해 합을 맞추는 사람, 무한신뢰할 수 밖에
유준상 배우는 연출가를 믿고 따라오며 항상 솔선수범, 그릇이 크고 성실 그 자체
[yes+Culture]삼총사로 묶인 10년..이쯤되면 '엄유민법왕'


"뮤지컬 '삼총사' 초연에 캐스팅 되면서 '왕용범 사단'에 들어가게 됐죠."(유준상)

"아니 '유준상 사단'이죠. 제가 낀거죠."(왕용범)

2009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빚어낸 우정은 꽤 단단했다. 시작은 뮤지컬 '삼총사'의 배우와 연출자였다. 세상의 수많은 가치 중 '우정'을 다룬 이 작품에서 함께하는 동안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이 쌓였다. 비즈니스로 만났지만 이제는 친구가 된 두 사람. 배우 유준상과 연출가 왕용범은 그들의 단단해진 믿음을 증명해 보이려는 듯 올봄 다시 '삼총사' 10주년 기념공연을 들고 함께 나왔다. 서로가 함께한 10년을 추억처럼 돌아보며 앞으로 함께 이루고픈 소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로를 신뢰하게 된 순간은.

▲유준상(이하 유)=뮤지컬 '삼총사'를 시작으로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왕용범 연출과 작품을 계속 같이 해온 지 10년이 됐다.
'삼총사'는 참 신기한 작품이었다. 초연에 캐스팅되기 전까지 왕용범 연출뿐 아니라 지금도 '엄유민법' 콘서트를 같이 하고 있는 엄기준, 민영기, 김법래와 만나게 된 것도 이 공연을 통해서였다. 그때부터 '왕용범 사단'에 들어갔던 것 같다. 보통 극은 연출과 배우가 하나하나 만들어가는데 왕 연출의 방법은 독특했다. 어느날 갑자기 뮤지컬 1막의 동선을 다 그어서 던져준 거다. 배우와 합의도 없이 무슨 근거로 이러는 거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혼자 남아 왕 연출이 그어준 걸 따라가보니 완벽했다. 이런 시스템은 처음이었다. 얼마나 혼자서 많은 시간을 고민했을까 느껴졌다. 극에 한 명의 배우만 나오는 것이 아니잖나. 40여명의 동선을 머릿속에 다 그리고 던졌던 건데 이게 합이 맞으니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파격적이었던 그의 가이드가 오히려 무한 신뢰를 가능케 한 거다.

▲왕용범(이하 왕)=공연을 할 때 유준상이라는 배우가 함께하면 너무 든든하다. 당시 30대 중반의 자기보다 어린 젊은 연출가를 믿어주고, 생소할 수 있는 연출법에 먼저 신뢰를 보여주고 믿지 못했던 배우들을 독려했다. 연습실에서나 공연장에서 그는 항상 솔선수범한다. 가장 고참인 선배가 연출의 말을 잘 따라주니 다른 배우들도 따라와 주는 것이다. 10년간 유 선배와 한번도 싸운 적이 없다. 때론 의견 차이가 있지만 그 역시 서로 양해하고 이해를 구하며 해왔다. 이번의 10주년 공연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선배 덕분이다. 선배가 초연 때 캐스팅이었던 다른 배우들의 출연을 설득하고 다시 모았다. 선배는 마음 씀씀이가 큰 사람이다. 그릇이 크고 자기관리가 철저한 데다 모든 일에 솔선수범 나서니 후배들이 따를 수밖에 없다.

▲유=4년 전에 '삼총사' 막공을 하면서 관객들에게 '10주년 되면 찾아오겠다'고 한 말을 지키고 싶었다. 왕 연출도 바빠서 작품에 참여하기 어려웠는데 그가 없는 10주년 공연은 의미없다 생각해서 설득했다. 스태프도 10년 전 멤버 그대로다. 우리가 모두 실패하지 않고 이 바닥에서 잘 살아남았다 싶어 뿌듯하더라.

―이번 공연에서 업그레이드된 부분은.

▲유=처음 유럽에서 이 작품을 들여올 때도 왕 연출이 작품을 새롭게 재창작하다시피 했다. 후에 판권을 팔았던 사람들이 와서 이 작품을 보고 '다시 라이선스를 넘겨달라, 가르쳐달라' 하는 과정을 저는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럼에도 10년이 지난 지금, 수정된 대본을 봤는데 너무 잘 다듬어놨다. 템포를 더 타이트하게 만들고 늘어지는 장면을 10초, 15초, 20초, 30초 단위로 자르고 이었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이렇게 매끄럽게 이어갈 수 있지 할 정도로 잘 다듬어놨다.

▲왕=관객들이 10년 사이 드라마를 이해하고 흡수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뮤지컬의 트렌드가 바뀌었다 하지만 '삼총사'라는 작품 자체가 크게 바뀐 건 없다. 오히려 변치않는 그 무엇에 방점을 두려했다. 새로운 뮤지컬처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10주년 공연에서는 전설의 '엄유민법'이 다시 뭉쳤다는 것에도 포커스를 두고 초심의 자세를 보여주려 했다. 10주년 기념공연을 통해 끝이 아닌 앞으로 10년을 더 갈 수 있는 힘을 보여주는 데 연출적 지향점이 있다.

―뮤지컬 '삼총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표 한류 공연으로 성공하기도 했다.

▲왕=많은 한류 뮤지컬이 있지만 이 작품은 일본에 진출한 해에 흥행작으로 상위에 랭크될 만큼 크게 성공했다. 이후 일본 관객들이 다시 한국에 와서 공연을 보는 것도 많았는데 뿌듯했다. 결국 진정성이라 생각한다. 늘 좋은 공연을 선보인다는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엔 배우들의 열정도 한몫했다. 감기에 걸려 끙끙 앓아도 관객 앞에서 티를 내지 않는 것, 나와서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결국 조용하다고 소문난 일본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10주년 기념공연 너머 20주년에도 초연 캐스팅으로 공연을 볼 수 있을까.

▲유=20주년 때도 하고 싶은데 엄기준은 힘들다고 말했다. 달타냥 배역의 나이가 20세인데 지금 현재 엄기준이 40세가 넘었다. 아토스는 원래 30세인 것으로 설정돼 있는데 내 나이가 50이 넘었다. 하하.

―그렇다면 새로운 2세대 캐스팅은 누가 주축이 될 것 같나.

▲왕=이들의 조합을 넘어 새로운 누군가를 새로 내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차라리 '삼총사2'를 만들겠다. 삼총사를 했던 배우들이 노인이 되어서도 지켜가는 우정을 보고 싶다. 제가 이 작품을 처음 각색했을 때 가장 참고했던 것은 아버지였다. IMF 외환위기 때 사업이 부도가 나서 힘들어하는 아버지 곁에 오히려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함께 '으�으�' 힘을 보태고 풀어나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이 흘러 한물 갔지만 왕년의 영웅이었던 모습을 생각했다. 어른들이 이 작품을 보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함께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다면.

▲왕=단테의 '신곡'을 뮤지컬로 만드는 중인데 3년 정도 걸릴 것 같다.

▲유='벤허'에 출연하고 있을 때 왕 연출에게 제안받았다. 왕 연출은 항상 어떤 작품을 하고 있을 때 차기작에 대해 미리 제안을 한다. 그때부터 다른 작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왕=정확히 말하자면 '프랑켄슈타인'이 일본에 진출했을 때였다. 유준상은 늘 고민한 뒤 대답한다. 물론 5분 안에 답을 준다. 어떤 문학작품은 읽다 보면 안에 멜로디가 느껴진다. 단테의 '신곡'에서도 강렬한 음악의 영감을 받았다.
이 작품이 나오면 제 스스로 명한 '신' 3부작이 완성되는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신이 되려한 남자를 그렸다면 '벤허'는 신을 만난 남자를 보여준다.
단테의 '신곡'은 신을 죽여야 하는 남자가 될 것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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