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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한국GM 위기, 해법은 대타협이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8 17:40

수정 2018.03.08 17:40

[여의나루] 한국GM 위기, 해법은 대타협이다

GM이 군산 공장을 5월 말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하청업체 근로자 200여명은 이미 해고예고를 통지받았다. 이대로 간다면 2000여명의 GM 소속 정규직 노동자도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1만여명의 협력업체 노동자들도 앞길이 막막하다. 그리고 군산과 전북 경제에 미치는 파장 역시 엄청날 것이다. 또한 위기가 군산공장에 그치지 않고 한국GM 전체로 번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군산지역을 고용노동부가 고용위기지역으로, 산업통상부가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에게 전직 및 생계 지원을 하고, 공장 폐쇄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위기 대응과 지원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문제의 보다 본질적 원인을 찾아내 개선해야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되고 이러한 비극의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GM 입장에서는 한국GM이 2014~2017년 3조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고 군산공장의 경우 가동률이 20%에 불과해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그간 GM의 처사가 상식에 부합했는지 의문이다. GM 본사는 한국GM에 3조원 정도를 빌려주고 연 5% 내외의 고금리를 부과했다.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수준을 감안한다면 자회사에 고리대금업자 역할을 한 셈이다. 한국GM에 부과한 개발비, 로열티, 부품가격도 과중했다. 이렇게 하면서 한국GM이 자동차 생산 공장으로서 성공하기를 바랐다면 그것은 애당초 잘못된 기대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GM 군산공장 폐쇄가 노동조합의 잦은 투쟁이나 과도하게 높은 임금 탓으로만 돌린다면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외국자본의 비정함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것으로 문제가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 없이 생산은 불가능하고 일자리 창출과 유지도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 사, 정, 지역사회가 희생과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하기 위한 대타협을 이루어야 한다. 먼저 경영 부실의 일차적인 책임자인 GM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선 대출금을 출자 전환해 한국GM의 이자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동시에 대주주 차등감자를 통해 산업은행의 현재 지분율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아울러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신차종을 배정함으로써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 이것은 한국GM 회생의 길이자 글로벌 거대기업 GM의 명망을 잃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GM의 노력과 함께 노동조합도 고비용구조를 개선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경영 부실의 책임이 경영자에게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부실 경영으로 인해 회사가 도산하거나 외국 자본이 철수하려 한다면 노동조합은 부득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임금 삭감 합의 등 노동조합의 양보교섭이 여러 차례 이루어진 것은 이 때문이었다.
더 나아가 노동조합은 단기적으로 비용절감을 통해 위기를 넘기는 역할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 오랫동안 익숙한 투쟁을 통한 쟁취전략을 포기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 길이 투자와 일자리를 확대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협과 협력을 통해 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지켜내는 멋진 성공사례를 갈망한다.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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