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부실기업 정리 '법대로' 원칙 세워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8 17:40

수정 2018.03.08 17:40

성동조선 법정관리행 결정.. 정부 손떼고 시장에 맡기길
중견 조선업체인 성동조선해양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는다. 또 다른 중견사인 STX조선해양은 우선 고강도 자구 노력을 지켜보기로 했다. 정부는 8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시장 예상치보다는 강도가 센 편이다. 연초 문재인 대통령은 첫 현장 방문지로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이를 두고 시장은 '일자리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을 물렁하게 처리할 걸로 봤다.
뚜껑을 열어 보니 정부는 나름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다. 지금도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에 수조원이 물려 있다. 국책은행 돈은 세금이나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세금을 퍼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정관리행 결정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성동조선으로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은 살리고 '만만한' 성동조선은 내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한계기업을 정리할 때 원칙 없이 흔들린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대우조선에 산은.수은 자금 10조원을 부었다. 문재인정부는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자 화들짝 놀랐다. 정치인들은 GM 본사 간부를 만나는 등 부산을 떨었다. 이러니 성동조선으로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구조조정 원칙을 다잡아야 한다. 제1 원칙은 '법대로'다. 기업 구조조정 관련법은 셋이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은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은 부실 징후가 뚜렷한 기업의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을 돕는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법은 부실기업의 질서 있는 퇴출 또는 회생을 규정한다. 기업이 크든 작든 법이 정한 절차를 밟으면 특혜니 뭐니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

채권단과 부실기업이 체결하는 자율협약은 없느니만 못하다. 성동조선은 지난 2010년 자율협약을 맺고 근근이 버텼으나 결국 법정관리로 가게 됐다. 자율협약은 법적 근거가 없다. 그래서 정부와 정치권이 끼어들 틈이 생긴다. 우리 경제에 좀비기업이 즐비한 이유다. 앞으로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기는 게 해법이다. 지난해 12월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자본시장 중심의 구조조정' 권고안을 내놨다. 국책 산은.수은을 동원해 세금을 축내지 말고, 예컨대 사모펀드에 그 역할을 맡기란 뜻이다.

정부가 할 일은 따로 있다. 구조조정으로 일터를 잃은 노동자를 돕고, 지역경제를 복원하는 일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성동조선 본사가 있는 경남 통영, GM이 공장을 폐쇄한 전북 군산에 긴급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적절한 대응이다.
신속한 집행을 기대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