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악마의 대변인

게리 콘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결국 사임한다.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더해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자유무역의 '최후 보루'로 꼽히던 그였다. 자리를 걸고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수입규제 강행 방침을 반대하면서다.

'관세폭탄'에 맞서온 그가 짐을 싸면 백악관은 보호무역을 속삭이는 매파로만 채워지게 된다. 이는 대미수출 비중이 큰 우리에게 낭보는 아니지만, 긴 눈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좋은 소식은 아니다. 그의 퇴장을 배의 침몰을 막는 평형수 유출로 본다면 그렇다. 그간 그는 정책의 쏠림을 막는 균형추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와 파리기후변화협정 잔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다.

그는 경제 이외 현안에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샬러츠빌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사태 당시 트럼프의 양비론을 비판했었다. 백악관에서 일종의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역을 맡았던 셈이다. 모두가 찬성할 때 반대 의견을 제시해 토론을 활성화하거나 대안을 모색하는 배역 말이다. 마치 가톨릭 성인 추대 심사에서 추천 후보의 불가 이유를 집요하게 주장하는 역할처럼. 남의 나라 걱정만 할 계제도 아니다. 역대 정부의 부침을 보라. 예컨대 박정희 정권이 그래도 언로가 트였던 편인 3공 시절 국민의 역량을 한데 모아 압축성장의 기적을 일궜지만, 반대 의견을 철저히 틀어막은 유신체제에서 몰락하지 않았나.

출범 2년차인 문재인정부 안에도 '쓴소리 전문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 소통에 서툴렀던 박근혜정부를 반면교사 삼겠다더니, 초심이 엷어진 건가. 북핵과 에너지 수급 문제 등 대내외 현안을 다루면서 반대 목소리에 별반 귀 기울이지 않는 인상을 주고 있다.
원자력을 어떻게 안전하게 활용할지 판단하는 조직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탈원전론자를 임명하는 식으로 '코드 인사'에 집착하는 것도 문제다. 진정한 소통은 '끼리끼리'가 아니라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대화하고 절충하는, 열린 자세라야 가능하다. 당 태종 때의 위징처럼 정부가 성공하려면 '악마의 변호인'은 꼭 필요할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기자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