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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또 카풀·택시 갈등, 규제에 막힌 혁신성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8 17:41

수정 2018.03.08 22:08

택시업계 반발로 끝내 포기..기득권 보호로 시장 내줄판
현대차가 한국에서 카풀사업 계획을 접었다. 지난달 차량공유업체 럭시 지분을 모두 팔아치운 것이다. 현대차는 카풀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사업을 구상했다. 하지만 택시업계가 반발했다. 현대차 불매운동 조짐이 보이자 발을 뺄수밖에 없었다. 투자한 지 불과 7개월 만이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 모빌리티가 럭시 지분을 인수했지만 변한 건 없다.

택시업계 반발로 사업이 틀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국내 카풀서비스 1위 업체인 풀러스는 이용시간을 기존 출퇴근 시간대에서 낮 시간대까지 늘렸다. 하지만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불법이라며 규제했다. 현행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자가용 자동차 운전자는 돈을 받고 사람을 태울 수 없다. '출퇴근 때'만 예외를 둔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이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 콜버스랩의 전세버스 공유서비스도 국토교통부가 운영시간을 제한해 반쪽짜리 사업이 됐다. 미국 차량공유업체 우버도 지난 2013년 한국에 상륙했다 불법으로 낙인 찍혀 2년 만에 철수했다.

경쟁자가 나오면 기득권은 반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부와 부처, 지자체가 기득권 논리에만 휘말리면 혁신사업은 나오기 어렵다. 최근까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택시업계와 승차공유 업체 간 토론회를 추진했지만 수차례 무산됐다. 택시업계가 참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아산나눔재단이 내놓은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스타트업 100곳 중 57곳은 한국에선 규제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규제로 기득권만 보호하면 시장에 독이 된다. 한국 기업들이 규제로 기고 있을 때 해외 기업이 이득을 봤다. 콜버스의 버스 공유사업이 좌초됐지만 정작 우버가 콜버스와 비슷한 방식의 카풀서비스 '우버 익스프레스 풀'을 내놨다. 정부가 지난 2008년 인터넷실명제를 시행하자 시장점유율 1위였던 판도라TV의 점유율은 40%대에서 현재 4%대로 추락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규제를 피한 유튜브는 고공행진이다. 10년 전 2%에 불과하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 1위다.

공유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기존 사업에 대한 위협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두 축은 혁신성장과 소득 주도 성장이다. 하지만 규제에 가로막혀 혁신산업이 한발짝도 못 나간다.
이러다가 해외업체에 시장을 다 빼앗길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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