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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위계로 인한 불평등 성찰.반성 선제대응책 보완 필요성 느껴.. 강화된 전담 TF 다음주부터 가동"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8 17:52

수정 2018.03.08 17:54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인터뷰] "위계로 인한 불평등 성찰.반성 선제대응책 보완 필요성 느껴.. 강화된 전담 TF 다음주부터 가동"

"우리 나름대로 학교에서 선제적으로 성폭력 문제에 대응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미투운동'을 통해 다시금 성찰하게 된 부분이 있습니다. 미투의 소용돌이에 있는 예술분야를 대표하는 학교의 총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쇄신에 나설 생각입니다."

지난 7일 만난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사진)은 "최근 사회에 불어오고 있는 미투운동과 관련해 요새 통 잠을 못 자고 있다"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던 중 자신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위계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올 초 불거진 미투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예술계 속에서 한예종의 몇몇 교수도 가해자로 지목을 받았다. 학교 차원에서 사안에 따라 교수직을 박탈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갑자기 발생하는 사건들에서 어느 정도 한계를 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총장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아픈 일이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 정화해야 할 타이밍이 됐음을 깨달았다"며 "이참에 예술계의 고질적 문제,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도제식 교육방식 개선뿐 아니라 예술인들이 자생할 수 있는 사회적 풍토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한예종은 2년 전부터 '바른 성문화 TF'를 조직해 운영해왔지만 당시에는 가해자를 고발해 '처벌'하는 구조가 아닌 '합의'를 이루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최근 사태를 겪으며 더욱 강화된 성폭력 전담 TF를 구축, 다음주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김 총장은 "학교 최초로 학생위원이 교수보다 많았고, 외부 참관인을 두는 등 애썼지만 이번 미투운동을 통해 보완이 필요함을 느꼈다"며 "보직자 외에도 외부인사를 동수로 해서 조직하고, TF의 남녀 성비도 1대 1로 구성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음주부터 가동되는 TF를 통해 우선 불거진 사안들의 조사에 착수하고 향후 징계 등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다른 예술단체에서 모델 케이스가 될 수 있도록 성교육 강화 및 재발 방지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이를 공적 차원에서 외부에도 확산시킬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교수와 학생, 연출가와 배우 간의 관계를 사회적 계약관계로 인식해야 하는데 종속적인 관계로 보면서 관계의 유동성이 사라지다보니 발생한 문제"라며 "극단도 하나의 조직 안에서 끝까지 움직이기보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모였다 흩어지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학내에서도 전통적 사제 관계를 탈피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앞으로 더욱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치러야 할 값이기에 긴 안목의 성찰과 담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25주년을 맞이한 한예종은 당시 '더 깊고, 더 넓게'를 비전으로 선포한 바 있다. 내실을 기하고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포부인데 올 한 해는 내실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총장은 "지금의 사태를 잘 마무리하는 것도 내실을 다지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여기에 양질의 교수진을 확보하는 등 인적 인프라를 다지는 일에 더욱 노력하고, 낙후된 시설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시아 학생만 대상으로 하고 있는 아시아우수예술인재(AMA) 장학생 제도도 올해 더욱 확대해 중동 및 북유럽, 아프리카의 뛰어난 학생들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밝혔던 통합캠퍼스 이전에 대해서는 "1차로 6개 후보지를 선정했고, 2학기에 공청회를 열어 구성원들과 함께 지자체가 내세운 제안들을 살펴보고 냉정히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과학대학과 달리 세계 유수의 예술대학들은 대도시의 중심에 있거나 접근성이 높은데 이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이 사회와 유리되는 순간 '죽은 예술'이 되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의 예술적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회와의 소통 및 장르 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지리 요건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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