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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위원장, 1시간 남짓만에 '일사천리'로 비핵화 등 6개항 합의 도출해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8 19:47

수정 2018.03.08 19:47

靑 사흘만에 대북특사단 방북 상황 상세히 공개 
김정은 위원장, 외신에 나온 자신의 이미지 잘 알고 있어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올림픽 개막 4시간전 北과 협상 끝났던 아찔했던 순간 공개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에게 서훈을 수여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에게 서훈을 수여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 5일 오후 6시께 평양 조선노동당 본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난 대북특사단의 수석대표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무거운 주제를 바로 꺼내들었다. 비핵화 문제와 핵실험 중지(모라토리움), 군사회담 등에 대한 얘기였다. 김 위원장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특사단 방북의 목적인 만큼 피해갈 수 없는 대화였다.

"(특사단)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 상황을 반전시킨 건 김 위원장의 첫 반응이었다.

정의용 실장이 몇 마디 하지 않았는데도 김 위원장은 바로 말을 이어받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공개한 베를린선언부터 한반도 평화 구상, 또 지속적으로 북한에 제시한 메시지들을 '아주 소상히' 알고 있음을 드러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8일 이런 상황을 공개하며 "김 위원장이 이미 답안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특사단과 김 위원장간 첫 대면이었으나 얘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 결과 △4월말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 정상간 핫라인 연결 △체제 보장을 조건으로 한 비핵화 입장 △북·미 대화 개최 용의 등의 6개 항에 대한 결과가 도출됐다. 불과 1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사단은 1박2일 방북 기간 정상급 의전으로 '굉장히 세심한' 대접을 받았다. 특사단이 탄 차량이 노동당 본부에 도착했을 당시, 김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차에서 내리는 특사단을 직접 맞이한 점, 정 실장이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려고 일어서자 김 위원장도 동시에 일어서 걸어나와 테이블 가운데 지점에서 친서를 전달받은 일 등이 뒤늦게 공개됐다.

"평양은 냉면이 최고라는데 맛보고 싶다"라든가 "평양식 온반은 어떤 음식이냐"고 가볍게 툭 던진 말에 첫 날 만찬과 둘째날 오찬 테이블에 냉면요리가 올라온 일도 북측이 특사단을 세심하게 배려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숙소에선 국내 방송은 물론 인터넷 접속도 자유로웠다.

김 위원장은 시종일관 대범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외신에서 표현된 자신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농담을 섞어 여유 있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테이블 중간 지점에서 정의용 수석특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테이블 중간 지점에서 정의용 수석특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번 남북간 합의에 대해 한 특사는 "정권 출범 직후부터 지난한 과정을 거친 남과 북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라고 표현했고 다른 특사는 "북한으로서도 쉽지 않을 몇가지 난제를 말끔하게 풀어가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이 관계자는 귀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축적된 노력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숙성된 고민이 합쳐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에 대한 공로로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은 올림픽 개막 4시간 전에야 북측 IOC위원들과 남북공동 입장에 대한 마지막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아찔한 순간을 공개하기도 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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