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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北-美 정상회담]트럼프 "김정은 4월에 만나겠다" 적극적…靑이 되레 속도조절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9 17:58

수정 2018.03.09 17:58

北-美 정상회담 성사 막전막후..정의용 면담 45분만에 결정
우리대표에 발표 요청하기도..김정은도 "비핵화" 속전속결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 2000년 11월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 추진 이래 17년 만에 다시 추진된 북.미 정상 간 만남이 합의에 이른 '마지막 순간'은 45분에 불과했다.

문재인 대통령 대북특사이자 외교안보 수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시간) 오후 4시15분 워싱턴 백악관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북 강경파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과 마주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항구적 비핵화 달성을 위해 오는 5월까지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답변을 얻어내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면담은 오후 5시에 종료됐다.
45분 만이었다.

앞서 지난 5일 정 실장이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한반도 비핵화 입장과 대화기간 중 핵.미사일 실험 중지 입장을 확인받는 데도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워싱턴과 평양 모두 그 자리에서 속전속결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와 북.미 정상의 과감한 결단력이 합을 이룬 결과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보니 솔직히 얘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물론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조심해야 하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고 한다"는 뜻도 전했다. 아울러 "여기까지 오게 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힘이 됐고, 그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나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목사님 5000명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좋다, 만나겠다." 회담 제의 수락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 뒤 배석한 트럼프정부 외교안보라인 핵심인사들을 둘러보면서 "거 봐라. 얘기 하는 게 잘하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5월이 아니라 4월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며 적극적인 의사를 피력하기까지 했다. 이 자리엔 북한과의 대화에 부정적이었을 법한 대북 강경 매파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와 온건 매파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등이 있었다.

"부탁이 있다.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의 대표들이 직접 오늘 논의 내용을 한국 대표의 이름으로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해달라." 트럼프 대통령이 정 실장에게 깜짝 제의를 해왔다. 정 실장은 일단 이를 받아들인 뒤 2시간가량 맥매스터 보좌관의 사무실에서 미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과 발표 문안을 조율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워낙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정 실장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경황이 없었다"며 "발표 문안 조율을 마친 뒤 청와대와 백악관을 잇는 시큐리티 라인을 통해 관저에 있는 문 대통령에게 전화해 합의문 문안 등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끈한 결정을 되레 속도조절한 건 청와대였다.
북.미 정상회담이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열릴 경우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설득할 마지막 시간적 여유가 사라져 어렵사리 성사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담보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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