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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북·미 정상회담, 비핵화가 성패 가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9 18:20

수정 2018.03.09 18:20

수차례 협상 다 무용지물.. 지속가능한 합의 나와야
미국과 북한 간 사상 첫 정상회담이 5월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방미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놀라운 일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남한에 특사를 보냈고, 답방으로 남한도 북한에 특사를 보냈다. 그 열매가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다.
이것만도 놀라운데 방미 특사단은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더 큰 성과를 일궜다. 중국 인민일보의 말마따나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대사건'이다.

이런 때일수록 들뜨기보다는 침착한 일처리가 정석이다. 돌이켜 보면 미.북 관계는 긴장과 이완의 연속이다. 지난 1994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 핵시설을 공습하기 직전까지 갔다. 그해 6월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이어 양국은 10월 제네바합의에 서명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현 상황은 18년 전인 지난 2000년과 사뭇 닮았다. 이해 6월 김대중 대통령은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어 10월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올브라이트의 평양행은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을 타진하는 답사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미.북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고, 제네바합의는 파기됐다. 이어 2005년엔 베이징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이 역시 핵실험 등 잇단 도발과 제재 속에 무용지물이 됐다.

빅터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략이 아닌 전술 변경으로 분석했다. 핵무기를 앞세워 경제적 이득을 얻어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내민 '올리브 가지'를 냅다 걷어찰 필요는 없다. 하지만 비핵화 이행 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제2의 제네바합의, 9.19 공동성명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 특히 미.북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우리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혼사가 틀어지면 중간에 낀 중매쟁이한테 불만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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