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반도 '평화의 봄' 오나] 시진핑 적극지지로 힘 얻은 文대통령의 '북핵 중재외교'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2 20:00

수정 2018.03.12 22:01

남·북·미가 큰틀 합의해도 주변국 지지 얻지 못하면 '평화체제 구축' 담보 못해
中소외론 불식시키는 전환점.. 러 푸틴대통령과도 면담 추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회의장(푸젠팅)에서 1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세번째)과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왼쪽 두번째)가 각각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마주보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회의장(푸젠팅)에서 1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세번째)과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왼쪽 두번째)가 각각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마주보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베이징.서울=조창원 특파원 임광복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중재외교'가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으로 확장되면서 힘을 얻게 됐다. 한반도 비핵화 완성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해선 주변 강대국인 중.일.러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되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급속한 대화국면이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주변국은 '패싱'(Passing.건너뛰기) 우려감이 컸었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감을 잠재우고 한반도 해빙무드의 지원군으로 확보하기 위해 대북특별사절단을 통해 발빠른 외교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적극 지지로 한반도 긴장완화 잰걸음

특사단으로 방북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을 거쳐 12일 곧바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협력을 얻어냈다. 이후 13~14일 러시아로 넘어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면담을 추진하는 중재외교 행보를 보일 예정이다.

정 실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던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일본으로 건너가 13일 도쿄에서 아베 총리와 만나 지지를 얻어낼 예정이다.

이 같은 특사단의 주변국 외교행보는 한반도 정세 변화에 주변국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감을 잠재우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러시아·일본 등 3강 가운데 가장 우선적이고 밀접한 협력대상으로 중국이 꼽힌다.

한반도 정세가 요동을 치는 동안 대북 압박을 위한 중국의 역할론이 강조돼왔던 데다 한반도 평화 안정을 도모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이 속도를 내면서 중국 소외론이 제기돼왔다. 남북관계가 순풍을 타기 시작한 상황에서 중국 소외론은 자칫 향후 남북관계 개선 과정에 소음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이 이날 정 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 안정에 대한 적극적 지지 표명뿐만 아니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딛고 양국 간 긴밀한 협력관계까지 재차 확인하는 반응을 보였다.

우선 시 주석이 남북관계 개선 흐름과 북·미 대화를 적극 지지한다고 표명하면서 최근 미국과 한국 및 북한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긍정적인 반응을 피력했다.

정 실장도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이 중국 정부와 시 주석의 각별한 지도력 덕분이라며 최근 대북 압박을 견지해온 중국 역할론을 높이 평가했다. 더구나 정 실장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길 다시 한 번 부탁하며 우리 정부는 중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진행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대화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한반도 평화 안정 행보에 중국의 적극적 지지를 강조했다.

■중국도 소원해진 북한과 관계회복 모색

이는 최근에 제기돼온 중국 소외론을 불식시키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6자회담 의장국을 맡았던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상황에 대한 '중재자'로서의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과의 관계가 순조롭지 못하게 흐르면서 대북 지렛대 역할과 고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한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지 않았다. 중국이 북한과 관계가 소홀해 지면서 남북, 북미간 대화국면에서 중국의 역할이 위축된 것이다.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 체제로 전환된 2011년 이후 7년 동안 북중정상회담이 없어 중국에 부담이다. 중국은 북한과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하고 있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중국이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대북제재를 진행해 제재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중국은 제재 이탈 및 완화 기회를 봐왔고, 북한이 향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동북아의 지형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과 소원한 사이 러시아와 가깝게 대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러시아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13~14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면담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가 오는 18일 대선을 앞둬 푸틴 대통령을 면담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을 만나 방북.방미 결과를 설명한다.


일본의 경우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자 아베 총리가 내달 방미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겠다는 것은 패싱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동북아 문제에 대해 아베 총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북미정상회담을 수락하던 지난 8일(현지시간) 일본과 미리 협의하지 않고 결정을 했다.


일본에선 재팬 패싱 우려감이 높아졌고, 초조감을 느낀 나머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핵 사찰 초기비용으로 3억엔(약 30억원)을 부담하겠다는 의사도 드러냈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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