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대박'난 자동차 폐시트로 만든 가방..일자리+환경 두토끼 잡는 사회적기업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8 10:52

수정 2018.03.18 10:52



자동차 시트 가죽으로 만든 '모어댄'의 브랜드 <CONTINEW> 가방. (CONTINEW 온라인몰)
자동차 시트 가죽으로 만든 '모어댄'의 브랜드 가방. (CONTINEW 온라인몰)
지난해 인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메고 다녀 화제가 됐던 일명 '방탄소년단 가방'을 만든 모어댄이 입소문을 타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급등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환경보호나 일자리 창출 같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목표로 한다. 돈을 벌지만 착하게 벌고 잘 쓰겠다는 목표를 가진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생산·서비스의 동력을 주로 장애인·고령자 등에서 찾는다. 취업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이 주요 목적이다. 영리 활동 분야도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환경·보건·지역사회서비스 분야가 핵심을 이룬다.


18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에는 총 1906개 업체가 정부 심사를 받고 운용중이다. 고용노동부의 심사를 통과하고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으면 정부가 재정·운영을 지원한다. 과거에는 취약계층 고용 지원이라는 목적의 사회적 기업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지역사회 공헌, 환경 문제 대처 등 자원 재활용 목적을 가진 사회적 기업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 폐자동차 시트가 감성 자극 가방으로
'방탄소년단 가방'을 만든 예비 사회적기업 '모어댄'은 폐차되는 자동차 가죽 시트를 재활용해 패션 소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는 자동차 시트 가죽의 품질이 좋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특히 자동차 뒷좌석 가죽은 운전석에 비해 사용량이 적어 재활용이 쉽다는 점에 착안해 가방이나 지갑 같은 가죽제품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좋은 품질의 가죽을 싸게 확보해 원재료 값을 줄이고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 여기에 탈북자 등 취업 취약계층을 고용해 사회적 기업 모어댄을 설립했다.

자동차 시트 가죽 재활용을 위해서는 우선 악취 등 오염 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씻고 말리는 과정이 먼저다. 이후 특수 열처리 코팅을 입히고 가죽을 색상과 크기별로 분류한다. 광택 등 마무리 작업까지 끝내면 장인(匠人)의 수작업이 시작된다. 이렇게 그냥 버려질 뻔했던 폐차 가죽은 새 가방으로 다시 태어난다.

모어댄은 가방 외에도 지갑, 액세서리 등 젊은층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컨티뉴(continew)'라는 자체 브랜드도 만들었다. 모어댄 관계자는 “지난 11일 네이버 해피빈 펀딩으로 후원금을 모집, 목표금액(300만원)의 14배(4342만원)에 달하는 모금에 성공했다”며 “펀딩에 따른 주문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가나안근로복지관이 판매하는 재제조 토너카트리지.(레인보우테크 온라인몰)
사회적기업 가나안근로복지관이 판매하는 재제조 토너카트리지.(레인보우테크 온라인몰)

■새 제품 수준의 품질, 재제조 토너카트리지
사회적기업 가나안근로복지관(대표 백승완)은 장애인 직원들이 모여 생산한 재제조 토너카트리지를 판매한다. 보통 '재생 토너'라고 부르는 프린터 소모품으로 기존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다시 쓸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토너 구매에 따른 비용절감은 물론이고 폐 토너로 인한 환경 오염을 막는다.

가나안근로복지관은 지난해 사회적기업 육성 공로로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2014년에는 재제조 산업 발전에 힘써 온 점을 평가받아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재제조 과정은 장애인 직원들이 맡고 있다. 다 쓴 토너카트리지를 수거해 모은 다음 분해·세척·건조한다. 이어 새 토너를 충전한다. 이렇게 만든 재제조 토너카트리지는 공공기관 등 전국 1600여 거래처에서 사용 중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정품의 1/3 수준이다.

가나안근로복지관의 재제조 토너카트리지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조달청, 우체국B2B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 ㈜책임 직원의 업소용 커피머신 급수·배수 호스 연결 작업 모습. (사회적기업 책임 블로그)
사회적기업 ㈜책임 직원의 업소용 커피머신 급수·배수 호스 연결 작업 모습. (사회적기업 책임 블로그)

■폐업 가게 주방설비를 활용해 창업 비용 절감

‘㈜책임‘의 박종복 대표는 폐업한 사업장에서 나오는 멀쩡한 주방설비에 주목했다. 이를 창업하는 사람이 다시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이 출발점이었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폐업하는 사업장 못지 않게 새로 식당과 카페를 열고자 하는 창업 수요가 속출하고 있기에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 박 대표는 공군부사관 출신으로 전역 이후 항공사 등에서 일하다 우연히 냉동설비분야를 접하게 됐고 이는 창업으로 이어졌다.

㈜책임은 경북 경산시 지역을 기반으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단순히 중고품을 사고 파는 수준이 아니라 전문 주방설비의 설치와 개선, 사후관리까지 책임진다.
저렴한 설비 가격과 꼼꼼한 관리로 업계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올초에는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2017 청년 협동조합 창업 지원 사업’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박종복 대표는 “우리 기업은 '일자리창출형' 사회적기업으로서 설립됐다”라며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조만간 사업 영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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