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외로운 MB, 사저 앞 지지자는 없었다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4 10:44

수정 2018.03.14 10:44

이날 오전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서울 논현동 사저 주변에는 취재진과 진보 시민단체들만 북적였다.
이날 오전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서울 논현동 사저 주변에는 취재진과 진보 시민단체들만 북적였다.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지만 지지자는 없었다. 옛 친이계 인사 일부만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77)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혐의, 뇌물 수수 등 17가지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이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사저 주변에는 취재진과 진보 시민단체들만 북적였다.


진보 단체들은 자택 앞에서 피켓을 들고 “이명박을 구속하고 재산을 모두 환수하라”고 외쳤다. 이를 반박하는 지지 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될 당시 자택에 수 백명의 보수 세력이 집결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일부 주민들도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한모씨(68)는 "대통령 신분으로 돈을 받아 먹었으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게 당연하다"며 "(검찰)조사를 지켜봐야겠지만 대통령마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서울 대치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현 정부의 정치보복’이라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물어라’며 검찰 수사에 대비해왔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까지 자택에서 나오지 않은 채 변호인단과 검찰 소환을 앞두고 최후 조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이 전 대통령 자택에는 불이 켜져 이른 시각부터 검찰 소환을 준비했다. 옛 ‘친이계(친이명박)’ 정치권 인사들도 검찰에 소환되는 전직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사저를 찾았다. 김영우 의원은 오전 7시 30분께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권은 이 전 대통령을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 쉼없이 달려왔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그 치졸한 꿈을 이뤘다”고 비판했다. 또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원조 친이계 좌장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굳어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들과 1시간 여 동안 검찰 소환과 관련해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오전 9시 30분께 중앙지검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이 준비한 대국민 회견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9시 30분께 중앙지검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이 준비한 대국민 회견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소환을 앞둔 이 대통령을 촬영하기 위해 방송국 헬기와 드론도 등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9시 15분께 사저 안 주차장에서 차량을 타고 약 4.7㎞ 떨어진 서초동 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총 4대의 차량이 나섰다. 일부 진보 단체 회원 3명은 이때를 맞춰 “이명박을 구속하고, 모든 재산을 환수하자”라고 외쳤다.

오전 9시 30분께 검찰 청사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준비한 회견문을 낭독하며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지지자들과 측근들에게도 사과했다. 또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얘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며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경찰은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사저 주위에 경력을 배치, 사저 앞 출입을 제한했다.
일부 취재진만 신분 확인 이후 출입을 허용했다. 경찰은 진보 단체와 보수 단체의 충돌 등을 대비해 경찰버스, 경찰차 등을 인근 도로에 대기시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대통령 중 5번째로 검찰에 소환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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