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MB 검찰 출석한 날, 진보단체는 '구속'VS측근은 '치졸한 정권'(종합)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4 14:49

수정 2018.03.14 14:49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출석한 14일 한 시민이 이 전 대통령의 마스크를 한채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이진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출석한 14일 한 시민이 이 전 대통령의 마스크를 한채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이진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14일 서울 논현동 사저 인근과 서울중앙지검은 긴장감이 높았다. 진보단체들은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주장했고 이 전 대통령 측근 정치인들은 착잡한 표정이었다. 특히 일부 의원은 현 정권을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긴장의 사저, 중앙지검..착잡한 측근
이날 오전 7시부터 이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사저 주변에는 취재진과 진보 시민단체원, 경찰 등으로 북적였다. 진보 단체들은 자택 앞에서 피켓을 들고 "이명박을 구속하고 재산을 모두 환수하라"고 외쳤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지지 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될 당시 자택에 수백명의 보수 세력이 집결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일부 주민들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모씨(68)는 "대통령 신분으로 돈을 받았으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당연하다"며 "(검찰)조사를 지켜봐야겠지만 대통령마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까지 자택에서 나오지 않은 채 변호인단과 검찰 소환을 앞두고 검찰 조사 내용에 대해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이 전 대통령 자택에는 불이 켜져 이른 시각부터 검찰 소환을 준비했다. 옛 '친이계(친이명박)' 정치권 인사들도 검찰에 소환되는 전직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사저를 찾았다. 김영우 의원은 오전 7시 30분께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권은 이 전 대통령을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그 치졸한 꿈을 이뤘다"고 비판했다.

또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원조 친이계 좌장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굳어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들과 1시간여 동안 검찰 소환과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서울 논현동 사저 주변에는 취재진과 진보 시민단체, 경찰 등으로 북적였다./사진=김규태 기자
14일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서울 논현동 사저 주변에는 취재진과 진보 시민단체, 경찰 등으로 북적였다./사진=김규태 기자
■1인 시위자 "이 전 대통령 무고" 주장
이 대통령이 조사를 받은 중앙지검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9시 15분께 사저 안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약 4.7㎞ 떨어진 서초동 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총 4대의 차량이 나섰다. 일부 진보 단체 회원 3명은 "이명박을 구속하고, 모든 재산을 환수하자"라고 외쳤다.

오전 9시 22분께 검찰 청사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준비한 회견문을 낭독하며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100명 가량의 시위대는 출입 통제 구역 바깥에서 '이명박 구속영장을 즉각 발부하라' '범죄자 이명박을 즉각 구속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했다.

'MB 힘내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든 1인 시위자가 등장해 "이 전 대통령은 무고하다"며 울부짖자 진보단체 측 일부 시위대가 욕설하는 돌발상황이 벌어졌지만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들어간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서는 이 전 대통령을 규탄하는 1인 시위자들이 일부 모인 가운데 이재오 전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 20여명도 집회를 열었다.

■점심은 설렁탕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10분께 3시간 25분 가량의 오전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1001호 특별조사실 바로 옆 1002호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 외부 식당에서 마련해온 설렁탕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지난해 3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김밥·샌드위치·유부초밥이 조금씩 든 도시락을 미리 준비해와 점심식사를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검찰 조사를 받던 날 대검찰청 인근 식당에서 미리 주문해둔 곰탕으로, 1995년 11월 검찰 조사를 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일행이 일식집에 주문해 가져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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