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폼페이오 카드' 꺼낸 트럼프, 비핵화·북미수교 빅딜 승부수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4 17:08

수정 2018.03.14 21:22

북·미 대화 주도권 잡고 협상보다 확실한 성과 노려
서훈-폼페이오-김영철.. 북·미정상회담 세부 추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복심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국무장관에 내정하며 전면에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속전속결로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결단을 내린 만큼 '행동대장'인 폼페이오를 앞세워 북한과 비핵화, 북·미 수교 등 빅딜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南北美 삼각라인 급부상

이로써 북·미 정상회담 세부 추진은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 우리측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 북측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 삼각라인이 급부상하게 됐다. 서훈-폼페이오-김영철 라인은 물밑 연락채널을 가동하며 평창동계올림픽 북·미 비밀회담을 추진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다음날인 2월 10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청와대 비밀회담을 조율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이다. 당시 북측이 회담 2시간 전 취소해 북·미 회담은 불발된 바 있다.
이 회담은 서 원장의 중재로 당시 폼페이오 CIA 국장이 백악관에 얘기해 추진됐다. 서 원장이 북측 김영철과 미국측 폼페이오와의 가교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후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영철 부위원장은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2월 25일 만남에는 주무부처 조명균 통일부 장관 대신 서 원장이 배석한 바 있다. 또 서 원장은 다음날 김영철의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던 만찬을 열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두달도 채 안 남은 상황이어서 미국과는 서훈-폼페이오 라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라인 위주로 연락채널이 가동될 전망이다.

■복심 폼페이오 북·미 정상회담 사전조율 주도할 듯

트럼프 복심인 폼페이오가 전면에 나서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세세한 카드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가 원하는 빅딜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전한 비공개 메시지는 북·미 수교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교환하자는 제안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55)는 "트럼프는 외교관 출신인 틸러슨처럼 지난한 검증.협상은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큼지막한 빅딜을 성사시키려고 한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모 아니면 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와 김정은이 북·미 정상회담의 빅딜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국내적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의 국내 정치상황은 한마디로 위기다. 트럼프가 과거 성적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진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퍼드가 제기한 소송으로 심각한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나온다. 또 대선후보 시절 러시아 스캔들, 이방카 보좌관과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 부부의 권력 암투, 조시 라펠 대변인.호프 힉스 공보국장 등 측근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대로 가서 11월 미국 상·하원의원 선거(중간선거)에 패할 경우 대통령직 연임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군부의 반발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북·미 정상회담이란 빅이벤트에서 큰 업적을 남긴다면 양측 모두 국내의 위기상황을 타개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