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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고꾸라진 취업자, 그릇된 정책이 화 불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4 17:33

수정 2018.03.14 17:33

2월 10만4000명 증가 그쳐..기업주도형으로 틀 바꿔야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가 1년 전보다 10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폭이 2010년 1월(1만명 감소) 이후 가장 작다. 1월(33만4000명)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실적이다.

주목할 점은 취업자 증가폭이 크게 줄었는데도 실업자는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달 증가폭이 전월에 비해 23만명이나 줄었지만 실업자도 7만6000명 감소했다.
실업률과 청년실업률도 전년 동기보다 낮아졌다. 그 대신 비경제활동인구가 24만7000명이나 늘었다.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이 실업자로 남기보다는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경제에는 구직 포기가 실업 증가보다 더 나쁜 결과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용에 비상등이 켜졌다. 우리나라의 연간 취업자 증가폭은 25만~35만명 사이에서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다. 10만명대로 줄어든 경우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우리 경제는 올해 3% 성장이 예상되는 정상적인 성장 궤도에 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급격한 고용위축을 가져올 만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 정부가 가만 있어도 고용이 이처럼 나빠지지는 않는다. 현재의 고용부진은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제로화 등의 정책이 화를 불렀다.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권익.복지를 높이는 정책은 당위성이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급하게 밀어붙여 부작용을 키웠다. 지난달 도소매(-9만2000명)와 숙박음식점업(-2만2000명) 등에서 고용위축이 두드러진 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다. 생산성은 그대로인데 비용만 늘어나면 기업은 고용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그러지 않고 지금처럼 친노동.반기업 정책을 단기간에 밀어붙이면 결국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이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정부는 15일 청년일자리 대책을 발표한다. 청년 구직자들에게 현금성 지원과 세제 혜택을 늘리는 내용이라고 한다. 대규모 추경도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일자리대책을 내놓았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가 직접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려 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고용위기를 해결하려면 일자리정책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정부 주도형이 아니라 기업 주도형이 돼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고용 창출이 원활해지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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