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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은행 '셀프연임'보다 관치가 더 골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5 17:02

수정 2018.03.15 17:02

당국, 지배구조 바꾸기로.. 간섭보다 자율권 넓히길
금융위원회가 금융사 지배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5일 금융사 수장의 '셀프연임'을 막는 데 초점을 둔 개편안을 내놨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뽑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빼는 게 골자다. CEO가 사외이사.감사를 추천하고, 그렇게 뽑힌 사외이사.감사가 다시 CEO 재선을 돕는 유착을 뿌리뽑는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에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낼 예정이다.

개선안이 나온 배경에는 최근 연임한 윤종규 KB금융 회장, 3연임을 앞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있다.
최 위원장과 최근 사임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이를 못마땅히 여겼다. 금융사 회장이 재벌 총수처럼 군다는 말까지 했으나 금융사들은 연임을 강행했다. 사람을 바꾸는 데 실패한 금융당국이 이번엔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그것이 이번 개편안이다.

국내 민간 금융지주사는 딱히 주인이 없다. 그러다 보니 늘 외부 관치 또는 내부 유착 리스크에 시달린다. 한때는 관치가 유행했다. 전직 고위관료 또는 대선 캠프에 몸담은 이들이 회장.사장 자리를 차지했다. 낙하산 비판이 일자 이번에 유착 리스크가 불거졌다. 관치도 나쁘지만 경영진 유착도 분명 경계할 일이다.

따라서 금융위가 임원추천위에서 CEO를 배제키로 한 것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법 조문을 조금 고친다고 지배구조가 좋아질지는 의문이다. 회장 힘이 빠지면 자연 사외이사 힘이 커진다. 이 경우 사외이사 집단이 자기권력화로 치달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두고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논란은 '주인 없는 은행'에서 출발한다. 주인이 없기 때문에 정부 관료도 넘보고, 정치인도 넘보고, 경영진도 넘본다. 은행이 무주공산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은산분리 완화가 해법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말로만 민간은행이 아니라 주인 있는 진짜 민간은행으로 만들자는 뜻이다.
다만 산업자본 가운데 삼성.현대차 같은 재벌은 빼자. 엘리트 금융위 직원들이 금융사 지배구조를 새로 짜느라 끙끙대는 것은 시간 낭비다. 민간은행 회장이 누가 되든 신경 끄고 그 대신 그 시간에 핀테크, 블록체인 육성책을 짤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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