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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해외 대기획 3탄]선거때마다 최저임금 올려도 물가는 수십배씩 고공행진만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5 17:06

수정 2018.03.15 18:22

[포퓰리즘의 비극 중남미를 가다]<1> 석유강국의 몰락,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몰락 초래한 포퓰리즘
지난 2일 카라카스 알타미라 지역 내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메뉴판. 거듭되는 물가상승으로 인해 연필로 가격을 썼다 지운 자국이 남아있다./사진=김유아 기자
지난 2일 카라카스 알타미라 지역 내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메뉴판. 거듭되는 물가상승으로 인해 연필로 가격을 썼다 지운 자국이 남아있다./사진=김유아 기자

【 카라카스(베네수엘라)=김유아 김문희 기자】 '석유강국'인 베네수엘라 경제가 몰락한 이유는 간단하다. 살인적 물가상승률 때문이다. 이른바 초(超)인플레이션이다.

살인적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근본적 원인은 정부의 포퓰리즘이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정부가 발표하는 최저임금 인상에 신물이 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살인적 물가상승률을 해결하는 근본적 대책이 아닌, 경제를 죽이고 서민을 죽이는 포퓰리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9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초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40% 이상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정부 발표를 비웃듯이 2000% 이상 폭등했다는 전언이다.

물가상승의 직격탄은 최저임금 노동자가 그대로 맞았다.

최저임금 노동자인 건물관리인 야밀렛 오르테가씨가 대표 사례다.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활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정해진 금액이지만 야밀렛씨는 제대로 음식을 사 먹지도 못해 최근 들어 몸무게가 76㎏에서 46㎏까지 빠졌다. 오르테가씨는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물가상승률은 그보다 몇 배나 폭등했다"면서 "못 먹어서가 아니라 아파서 그리고 걱정 때문에 잠도 못 이루고 울기도 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의 독특한 최저임금 지급체계도 야밀렛씨를 고통스럽게 한다. 베네수엘라 최저임금 노동자가 받는 한 달 임금에는 푸드보너스와 본봉이 포함돼 있다. 푸드보너스란 음식을 살 때만 쓸 수 있는 돈으로, 카드 형태로 지급된다. 푸드보너스와 본봉은 매월 15일과 30일에 일반적으로 반반씩 입금되는 식이다.

지난 2일 카라카스 아띠요 지역에 빈민촌이 형셩돼 있다./사진=김유아 기자
지난 2일 카라카스 아띠요 지역에 빈민촌이 형셩돼 있다./사진=김유아 기자

야밀렛씨는 내규에 따라 매월 15일에는 본봉의 반만 받고 30일에 나머지 본봉 반과 푸드보너스를 받는다. 그가 지난 2월 한 달간 받은 푸드보너스는 54만9000볼리바르, 본봉은 24만8510볼리바르로 총 79만7510볼리바르다. 이는 약 4달러에 불과하다. 그는 15일부터 30일까지 본봉의 절반인 12만4255볼리바르(약 0.6달러)로 버텨야 한다는 뜻인데 이 돈으로는 60만볼리바르(약 3달러)인 계란 한 판도 못 산다. 그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아야 물가가 오르지 않아 뭐라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국민의 바람과 달리 베네수엘라 정부는 올 들어서만 2차례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일 "오늘부터 최저임금을 58%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지난 1월에 이은 두 번째 최저임금 인상이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노동자는 한 달에 약 130만7646볼리바르(약 6.5달러)를 받게 됐다.

하지만 두 번의 최저임금 인상 발표로 인플레이션은 또 나타났다.

이달 말 휴가를 보내기 위해 미리 해변 근처 호텔 객실을 예약했던 프랭클린씨는 최저임금이 인상된 바로 다음 날인 이달 2일 호텔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그는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기존 객실 예약금의 50%를 더 내라고 한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니 물가가 또 올라버렸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베네수엘라 전국노동자연맹(UNT) 조정관으로 16년째 노동운동을 펼치고 있는 마르셀라 마스페로씨는 "물가상승률을 부추기는 데는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존재한다"면서도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는 이유는 '선거에서 자신들을 찍어달라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며 정부의 포퓰리즘을 비판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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