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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레저] 변산의 낙조, 그리움이 붉게 타오르다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5 17:21

수정 2018.03.15 17:23

주꾸미도 제철이라오.. 봄소식 궁금하면, 부안 한번 내려오소
전혀 다른 빛깔의 절벽, 적벽강과 채석강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는 하섬
'변산'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전북 부안에는 서해가 품고 있는 아름다운 해안과 함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명소가 제법 많다. 모항 인근 솔섬 너머로 지는 해가 주변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변산'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전북 부안에는 서해가 품고 있는 아름다운 해안과 함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명소가 제법 많다. 모항 인근 솔섬 너머로 지는 해가 주변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부안, 가슴에는 변산을 안고 등뒤로는 바다를 품었다. 세월이 차곡차곡 쌓인 채석강을 지나 이어지는 격포.모항.곰소항…
짠내나는 바닷가가 정겹다.
전나무 숲길로 이어지는 내소사,
나뭇결 간직한 단청들은 언제 봐도 곱다. 부안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
어머니의 품처럼 그리움이 묻어난다.

【 부안(전북)=조용철 기자】 전북 부안은 지명보다도 변산이나 변산반도가 더 익숙하다. 변산(邊山), 직역하면 '가장자리인 변방의 산'이다. 여기에 '반도'가 더해져 '변산반도'가 된다. 지도를 보면 금강을 지나 군산을 시작으로 호남 지역에 들어선다. 이어 내륙으로 쑥 들어간 김제를 거쳐서 서해로 툭 튀어나온 변산반도와 닿는다.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한반도가 품은 작은 반도 '변산'은 서해가 품은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힐만큼 빼어난 자연경관을 갖췄다. 변산이 '서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해변만 빼어나다고 해서 '진주'라는 이름을 얻지는 않았다. 변산이 품은 해안에는 모래와 바다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멋들어진 기암괴석들이 바다와 뭍의 경계를 수문장처럼 지킨다. 이같은 기암괴석은 호남정맥에서 갈라져 나온 변산지맥이 서쪽으로 향하다 순식간에 서해 바다로 몸을 숨긴 덕분에 생겨났다. 입수하기 전 사방으로 뻗은 산줄기가 빚어낸 기암들은 변산반도 전체를 '절경'으로 만는 일등공신이다. 내륙의 산줄기를 '내변산', 해안을 '외변산'이라 부르는 '변산반도 국립공원'이다.

적벽강은 이름 그대로 붉은색 암반과 절벽으로 해안이 이뤄져 있다. 석양 햇빛이 반사할 때 오색이 찬란한 절경을 이룬다. 또 후박나무 군락 앞 해안의 암반층에 형성된 석물상은 문자 그대로 바위 하나하나가 만물의 형상을 갖추고 있어 마치 석물상처럼 보인다. 바위돌들은 사람 모양 또는 동물 모양을 하고 있는데 어느 것은 아낙네의 유방과 같고 또 어떤 것은 토끼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이곳을 찾는 여행객을 붙들어 놓는다.

여기서 북쪽으로 돌아가면 2개의 절벽으로 이뤄진 바위가 보인다. 하늘이 보이는 50여㎡의 동굴인 용굴이다. 용굴에서 북쪽으로 용두를 돌아가면 검붉은 암벽으로 덮여 있다. 여기에는 검정 또는 갈색 등 형형색색의 수석이 깔려 있어 절경을 이룬다. 흔히 변산을 찾는 사람들은 적벽강을 그대로 지나치기 쉽다. 일반적인 강으로 생각하거나 채석강이 워낙 유명해 채석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적벽강의 묘미를 모르기 때문이다. 적벽강은 채석강과는 완전히 다른 해안 절벽으로 이뤄져 있어 절벽의 색이 다르다. 암반과 백사장으로 발달돼 있어 시원하고 청량감 있는 쪽빛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갯바위 낚시는 물론 바다 모래언덕이 있는 적벽강 북쪽에는 바다모래 식물과 염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어 자녀들의 교육 장소로도 좋다. 주변 해식동굴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빼어나 저녁노을 감상 명소로도 유명하다.

전북 부안 내소사 경내에는 벚꽃 군락지가 많아 봄꽃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내소사 벚꽃은 4월 초 개화를 시작해 4월 중순께 절정을 이룬다.
전북 부안 내소사 경내에는 벚꽃 군락지가 많아 봄꽃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내소사 벚꽃은 4월 초 개화를 시작해 4월 중순께 절정을 이룬다.

[yes+ 레저] 변산의 낙조, 그리움이 붉게 타오르다

격포항은 옛 수군진이 설치됐던 곳으로 예전부터 수군별장, 첨사 등을 두어왔다. 조선시대에는 전라우수영 관할의 격포진이 있었다. 위도, 왕등도 등 서해 도서와 연계된 해상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맡아왔다. 채석강을 끼고 있어 이른바 '채석강 해수욕장'으로 불리는 격포해수욕장에서 층암절벽인 채석강에 밀물과 썰물이 차올라 오고 빠지는 모습을 백사장에 서서 지켜보고 있으면 억겁의 세월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해수욕장을 낀 해안선을 타고 바다를 구경할 수 있는 해안도로는 드라이브하기에 좋다. 격포해수욕장의 백사장 길이는 1㎞ 정도지만 하루 두 차례 물이 빠지면 적벽강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올 수 있어 어느 곳보다 백사장이 길어 보인다. 작은 만처럼 안으로 움푹 들어가 있어 아늑한 느낌도 든다. 채석강은 산 아래를 휘감아 도는 모양의 해안 단층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한 해식단애가 장관을 이룬다. 변산반도에서 서해바다 쪽으로 가장 많이 돌출된 지역으로 강한 파도와 바람의 영향으로 형성된 주변 경관과 해안 절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썰물 때면 파도가 오랜 세월 동안 만든 채석강의 너른 갯바위를 거닐며 파도가 빚은 자연 동굴을 구경한다. 역사적으로 수군의 근거지였으며 조선시대에는 전라우수영 관할의 격포진이 있었다. 근처에 봉화대가 설치되어 위급 상황을 알렸다. 봉화대와 조선시대의 격포진 등 역사적 가치를 아울러 음미할 수 있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은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면서 강물에 뜬 달 그림자를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의 고사에 나오는 채석강과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졌다. 빼어난 경관 때문에 사진 촬영이나 영화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관광명소인 만큼 격포해수욕장과 채석강은 여름철 피서는 물론 사계절 일몰 명소로 이름이 높다. 채석강 해식동굴 일몰과 격포항 등대에서 맞는 일몰은 장관이다. 인근에는 서해의 일몰이 뛰어난 곳 중 하나로 꼽히는 월명암 낙조대가 있다. 이태백이 강물에 뜬 달 그림자를 잡으려다 빠져 죽었을 만큼 빼어난 절경 때문인지 채석강에 한번 온 연인은 언젠가 헤어지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채석강의 황홀경에 빠져 이별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라면 한번쯤 이태백이 빠져죽을 만큼의 황홀경에 빠져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채석강에 두 번 오게 되면 헤어지지 않고 영원히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고사포해수욕장은 변산해수욕장에서 격포 쪽으로 약 4㎞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사포해수욕장을 비껴 있는 작은 섬인 하섬을 감상할 수 있다. 섬이 그림처럼 바다에 떠 있다. 바다에 떠 있는 연꽃 같다 하여 연꽃 하(荷)자를 써서 하섬 또는 새우가 웅크리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해서 새우 하(鰕)자를 쓰는 하섬이라고도 한다.

하섬은 매월 음력 보름과 그믐날에 3~4일간 길이 열린다.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면서 바닷길이 열릴 땐 걸어서 섬에 들어갈 수 있다. 바닷길 폭이 20m 정도 갈라진 구간에서 해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해산물을 줍는 즐거움은 세상 어떤 즐거움과도 바꿀 수 없다. 섬으로 가는 바닷길에서 낙지, 게, 조개, 굴 등을 잡을 수 있다. 바닷길을 걷는 색다른 체험도 매우 황홀하다.

하섬 안에는 각종의 식물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어 해금강을 방불케 한다. 특히 소나무 숲이 울창해서 솔바람 소리와 솔향이 가득하다. 하섬에는 200여종의 식물이 자란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태고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섬 남쪽에는 조그만 백사장이 있어서 여름에는 호젓하게 맑은 섬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궁항 전라좌수영 세트장
궁항 전라좌수영 세트장

궁항 일대의 전라좌수영 세트장은 확 뚫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천혜의 촬영지다. 이 세트장은 총 21동의 건물이 어우러져 있다. 전라좌수영 세트장은 계단식 지형으로 평평한 지형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입체적으로 구성돼 있어 전체 세트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든 건물은 바다와 인접해 있으며 특히 낙조의 경관이 빼어나다.

전라좌수영 세트장을 찾는 관광객은 연중 이어진다. 영화 촬영이 있을 땐 궁항마을에 수백여 대의 차량이 한꺼번에 들어오기 일쑤다. 관광객들은 모두 동헌과 군관청, 수루 등을 일일이 돌아본다. TV에서 본 장면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진지하게 구경한다. 실제로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촬영할 당시 이곳은 관광객들로 연일 붐볐다.
같은 해안에는 요트의 요람 궁항요트장이 있어 각종 요트대회는 물론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다. 여기에서 훈련하는 부안군 요트 선수들은 국가대표급으로 대회마다 상위권 성적을 거두고 있다.
또 닿을 듯 말 듯 이어지는 섬들이 바라다보이는 갯바위에선 낚시를 즐기기에 좋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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