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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저출산세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8 16:46

수정 2018.03.18 16:46

젊은이들에게 출산은 더 이상 축복이 아니다. 기쁨보다는 부담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운영하는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가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 출산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그렇다. 저출산 원인으로 경제적 부담(29.0%),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28.5%), 결혼 지연과 기피의식(14.9%), 실효성 없는 출산정책(9.7%) 순으로 응답자가 많았다. 1순위로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쉽게 말해 돈 때문에 아이 낳기가 겁난다는 얘기다.
경제적 부담에는 양육.사교육.주거비 등이 포함된다.

한국에서 출산율 하락은 오래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합계출산율(가임여성 한 사람이 평생 나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 수) 2% 선이 무너진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정부가 이 문제를 국가적 현안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 때인 2005년부터다. 그해 출산율이 1.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를 기록하면서다. 이후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졌다. 지난 12년간 무려 126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 하락 행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고안해낸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저출산세다. 당시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국회에서 저출산세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10년까지 출산율을 1.6명으로 올리기 위해 13조원이 필요했다. 그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려면 목적세 신설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나 조세저항을 우려한 여당(열린우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반대의 논거는 두 가지였다. 세계적으로 저출산세를 도입한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목적세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목적세는 원인 제공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제도인데 저출산 원인 제공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05로 급락하자 저출산세 도입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관련 연구용역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맡겼다고 한다. 인구를 현상 유지하는 데만도 합계출산율이 최소한 2.1명은 돼야 한다.
반토막 난 출산율은 인구감소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저출산세 도입 시도가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기자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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