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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간이과세 기준액 높여라" 과세당국 압박하는 정치권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8 17:29

수정 2018.03.18 17:30

"자영업자 간이과세 기준액 높여라" 과세당국 압박하는 정치권

자영업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간이과세 제도의 기준액 상향을 요구하는 법안 발의를 통해 정치권이 과세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영세자영업자의 인건비, 원자재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간이과세 및 부가세 면세 기준은 수년간 제자리에 머물고 있어 이 같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출을 고의로 누락해 간이과세 혜택을 받는 '위장 간이과세자'가 늘어나는 등 탈세를 더욱 부추길 것이란 비판이 만만치 않다. 또 세수 감소와 근로자와의 과세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과세당국은 부정적 입장이다.

18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자영업자의 간이과세 적용범위를 늘리고,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 금액도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들로부터 관련 문의가 집중되고 있다"면서 "검토 중인 사안이지만 민감한 부가세를 건드리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세금계산서 납부 의무가 없는 간이과세자는 소득근거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근로자와의 조세형평성과 국민 반발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이과세는 연매출 4800만원 미만 영세개인사업자에게 세금계산서 발행의무를 없애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일반과세 사업자는 매출액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지만 매출이 연간 4800만원을 넘지 않는 간이과세자는 업종에 따라 매출액의 0.5~3%에 해당하는 낮은 부가세율을 적용받는다. 매입과 매출 거래에서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매출액이 연간 24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영세자영업자의 경우 세금납부 의무가 면제된다.

정치권에선 간이과세 기준금액 상향을 골자로 한 법안들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간이과세 대상을 현행 직전연도 매출액 4800만원 미만에서 9000만원 미만으로 확대안을 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과 민주당 서영교 의원안에는 부가세 면제 대상 금액을 각각 연 3600만원 미만, 연 4800만원 미만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그동안 물가상승을 감안할 때 실질 간이과세 기준금액은 인하됐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부가세 면제 기준금액은 지난 2000년부터 줄곧 연 2400만원 미만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간이과세 제도 확대 시 탈세를 부추겨 지하경제 음성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간이과세자는 세금계산서 발급의무가 없어 매출액 추정이 어렵다. 일반과세자가 간이과세자로부터 재화를 구입하는 경우에도 매입 세금계산서를 받을 수 없다. 더욱이 상당수 일반 사업과세자도 세금계산서 교부를 기피하는 방식으로 연간 매출액을 4800만원 이하로 조정하는 '위장 간이과세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간이과세자는 165만명으로 전체 과세자의 27.1%를 차지하고 있다.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부가세 납무의무가 없는 간이과세자 비중은 여전히 70%를 넘어선다. 합법적으로 탈세를 용인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아예 간이과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수 감소도 불가피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간이과세자 기준금액을 48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할 시 2018∼2022년 연평균 7171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같은 기간 간이과세자 납부면제 기준금액을 24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상향하면 연평균 735억원의 세수가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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