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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심각한 울산...공무원은 고급리조트로 단체여행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9 13:37

수정 2018.03.19 13:52

울산 동구청 공무원 520명 4월부터 한마음 연수 실시
충남부여 롯데리조트에서 1박2일 ...문화재 탐방 등
올해 초 해외여행까지 계획했다가 예산 삭감돼
주민들 "대규모 실직난에 허덕이는 데...장소 변경 요구
동구청, 공무원 사기진작 목적 매년 실시되는 연례행사
울산지역 5개 구군 모두 단체연수 또는 팀별 해외여행 실시
울산 동구청
울산 동구청

【울산=최수상 기자】 조선업 불황에 따른 대규모 실직사태로 울산지역이 혹독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 공무원들이 억대의 예산을 들여 단체여행을 떠나기로 해 비난이 일고 있다.

울산 동구는 소속 공무원 520명을 150여 명씩 4기로 나눠 내달 2일부터 2주간에 걸쳐 충남 부여와 공주로 ‘한마음 연수’를 떠나는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이 연수는 예산 1억3000만원을 들여 공무원들이 부여군 롯데리조트에 머물며 부여-공주지역 명소와 문화재 등을 탐방하고 특강과 직원 화합을 위한 만찬과 레크리에이션 등으로 1박 2일간의 일정을 보내게 된다.

이에 대해 동구 주민들은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연수목적을 떠나 수년 째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가능하다면 장소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동구는 지난 2015년부터 본격화된 조선업 불황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현대중공업의 일감이 크게 줄면서 인원 감축 등 대규모 구조조정과 협력업체의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협력업체에서는 현재까지 2만 명 넘게 일자리를 잃었다.

때문에 인구가 급감하고 지역상권이 몰락해 동구지역 주민들은 피폐해진 상황이다.

주민 이모(49)씨는 “많은 주민들이 실직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주민들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무원들은 나 몰라라 고급리조트로 관광이나 떠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박모(46)씨는 “타 지역의 경제난은 걱정돼 돈 쓰러 가주고 정작 우리 지역은 외면 받고 있다”며 “차라리 동구의 고급호텔에서 연수를 하면 지역경제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구청 공무원들은 실제 지난해 6월 울산시처럼 조선업 불황을 겪고 경남 거제시와 통영시에서 이 같은 한마음연수를 실시한 바 있다.

울산지역 5개 구군에서는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 등을 위해 동구 외에도 중구가 오는 21일부터 제주도에서 공무원 단체연수를 실시한다. 남구, 북구, 울주군은 단체연수 대신 5명 내외의 팀을 구성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팀별연수로 전환했다.

울산 동구는 올해 단체연수와 함께 팀별 해외여행까지 함께 추진키로 하고 당초예산에 8000만 원을 편성했다가 의회에서 삭감됐다.

이에 대해 동구 관계자는 “한마음 연수는 지난 2000년부터 16년째 이어져 오는 연례행사로, 직원의 사기진작과 아울러 최근 신규 직원들이 많아 이들과의 소통과 화합을 다지기 위한 목적”이라며 “하반기에는 행정사무감사 등 업무가 많아 주로 4월 전후에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동구지역 내 연수도 고려해봤지만 지금까지 모두 타지에서 연수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부여와 공주로 장소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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