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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다시 살아나는 일본 기업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9 16:58

수정 2018.03.19 16:58

[fn논단] 다시 살아나는 일본 기업


4차 산업혁명의 '큰 변화'를 맞아 일본 경쟁력이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일본은행이 고질병인 디플레이션의 사실상 종언을 선언했고 도요타, 소니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잃어버린 20년' 이미지를 가지고 한물간 기업들로 보았던 스즈키, 파나소닉, 히타치 등도 세계적 경쟁력을 회복했다. 그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이 낮은 부문을 과감히 버리고 신성장 부문에 주력한 결과이다. 한때 10위까지 추락했던 일본의 글로벌 제조업경쟁력지수가 4위로 다시 뛰어올랐다. 여기에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유통산업에서도 돈키호테, MUJI, 다이소, 유니클로, 세븐일레븐 등 한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일본 기업들이 구조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혁신에 성공했다. 그 결과 세계 250대 소매기업 리스트에 일본 유통기업이 39개나 올라가 있고 전 세계 16%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 유통기업은 단 4개가 올라 있으면서 1.6%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미래 변화의 방향이다. 예를 들면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로 소비자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공간 제약 없이 틈새상품에 접근하기 쉬워졌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사소한 역할에 그쳤던 80% 다수가 핵심 소수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는 롱테일(Long Tail) 법칙이 작동함에 따라 일본 각 지역에서 장인정신으로 구현해 낸 제품과 서비스들이 새로운 시장기회를 획득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미래 거대시장이 되고 있는 관광 분야가 불경기에 몸살을 앓아온 일본 경제를 소생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명탐정 코난과 요괴 마을'의 돗토리현, 시라카와고의 '합장 마을', 건축물과 예술작품으로 유명한 나오시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온천마을 마쓰야마 등 소도시뿐만 아니라 비록 이름은 없지만 특색 있는 음식과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산골 마을들은 전 세계 관광객이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차별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큰 변화'에 강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 우리가 쇄국정책으로 변화를 거부할 때 메이지유신으로 과감한 개혁을 함으로써 조선을 병탈하고 아시아 맹주로 떠올랐다. 16세기에는 서양으로부터 재빨리 새로운 문물과 무기를 받아들여 전쟁으로 조선을 초토화하기도 했다.

걱정되는 것은 우리의 변화 대응력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는 '큰 변화'를 맞아 전략적 대응보다는 내부 문제에 집착했던 경험이 더 많다. 16세기 말 기축옥사(1589년)와 같은 내부 정치문제에 빠져 주변국 일본의 큰 변화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을 예견하지 못한 주된 이유가 됐다. 붕당으로 인한 내부 분열과 이로 인한 미래전략 부재는 임진왜란이 끝나고 40년이 되지 않아 또다시 발생한 전쟁인 병자호란 때도 그대로 적용돼 패전의 수모를 온 백성이 겪어야 했다.

정치와 경제는 상호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정치가 뒷다리 잡거나 경제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정치와 경제 모두 온전히 굴러가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의 '큰 변화'도 정치가 받치고 경제가 끌어나가야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내부 통합과 미래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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