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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금융 빅데이터 물꼬 트겠다는 崔위원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9 16:59

수정 2018.03.19 16:59

이름 없앤 비식별정보 활용 국회도 법적 걸림돌 치우길
금융위원회가 모처럼 일을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9일 금융 빅데이터를 다루는 정책 방향을 보호에서 활용 쪽으로 틀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공을 세운 '아이스 테크니션' 사례를 들었다.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음을 잘 관리한 덕에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최 위원장은 "금융위가 금융분야의 아이스 테크니션이 되겠다"고 말했다.

제발 그렇게 되길 바란다.
금융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금융에서 빅데이터 활용의 물꼬가 터지면 의료 등 다른 산업도 따라 할 공산이 크다. 금융정보는 민감하다. 내 예금이 얼마인지, 또 빚은 얼마나 되는지 드러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은행들은 늘 개인신용정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겉으론 신용대출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담보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융위는 절충안을 냈다. 개인정보를 활용하되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익명정보, 개인 식별이 까다로운 가명정보를 주고받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금융권 연체기록 수천만건을 나이·지역·학력별로 꼼꼼히 분석할 순 있지만 누가 얼마를 연체했는지는 알 수 없다. 또 대출금리를 정할 때 통신료나 세금을 연체한 기록을 참고할 수도 있다. 덤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신용평가(CB) 회사들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빅데이터를 21세기 석유에 비유한다. 그만큼 활용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글로벌 시가총액 수위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 기업들을 보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텐센트의 공통점은 방대한 데이터 축적에 있다. 한국도 빅데이터에서 앞선 분야가 있다. KT는 국제 로밍 데이터를 기초로 감염병 확산을 막는 지구촌 프로젝트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은 여전히 빅데이터 지각생이다. 개인신용정보 규제가 거미줄처럼 촘촘하다. 바이오.헬스 혁신기업들은 전국 병원에 쌓인 의료 정보에 감히 접근조차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회 4차산업혁명특위가 관련 법과 제도를 손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최 위원장이 내놓은 '아이스 테크니션' 구상도 국회에서 신용정보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헛일이다.
익명정보에 기초한 빅데이터산업 육성에 국회가 능동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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