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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소상공인 '춘래불사춘'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9 16:59

수정 2018.03.19 16:59

[차장칼럼] 소상공인 '춘래불사춘'


21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다는 '춘분'이다. 예전엔 이 춘분을 전후해서 농가에서 봄보리를 갈고 춘경(봄갈이)을 하며 담도 고치고 들나물을 캐서 먹었다.

실제 봄을 알리는 비가 내리고, 상춘객들은 꽃 구경에 한창이다. 지난 주말 고속도로는 나들이객이 몰려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졌다. 화사한 봄을 맞아 4월부터는 다양한 고궁 활용 프로그램도 시작된다고 한다.

하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음)'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들이 많다.


특히 상대적 약자들이 더 자주 이런 말들을 한다. 서울에서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는 30대 후반의 대표는 얼마 전 아메리카노 커피 가격을 3000원에서 3300원(10%)으로 올렸다. 최저임금 상승에 더해 근로시간 단축 이야기가 나오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손님들의 저항은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몇몇 사람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모습을 볼 때 이 커피숍 대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한다. 혹여 '다시 안 오시려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란다. 몇 되지 않는 단골인데 놓칠까 싶은 걱정이 크다.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력난과 비용 부담이 커질까 걱정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렵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동자나 아르바이생들의 고민도 많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실질소득이 줄어들까 걱정해서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김흥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도 최근 기자들을 만나 "(경기는) 생산과 소비, 투자가 양호해진 '트리플 크라운'이 나타나고 있지만 소상공인 현장에선 아직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춘래불사춘"이라고 전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을 만나 소상공인, 자영업자 관련 이야기를 해보면 중소벤처기업부만의 정부 대책으론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자주 도달한다.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워서다.


지나치게 많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비중(세계 2위)을 줄여 나가고,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사회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는 재취업과 재교육 등 다양한 사회안전망 확충에 나서야 한다. 지난주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사회안전망 확충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큰 틀에서 보면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제라도 소상공인, 자영업자 문제 해결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만이 아니라 보다 큰 틀에서, 즉 사회안전망 확충 차원에서 더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할 때다.

yutoo@fnnews.com 최영희 기자 최영희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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