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리빙디자인 강자를 만나다]

"음식 담는 용기의 기능 넘어 작품이 되는 식기 만들 것"

② 웨이브테이블웨어 최은지 대표


'음식을 담는 용기의 기능을 넘어 하나의 작품이 되는 식기를 만들자.'

최은지 웨이브테이블웨어 대표(사진)는 식기 하나 하나를 예술 작품으로 접근했다. 그렇다고 실용성을 놓치기도 싫었다. 실용성에 더해 디자인까지 갖춘 작품을 위해 최 대표의 고민이 깊어졌다.

"편함과 멋, 둘 다를 잡으려니 식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의 물성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그 물성을 디자인으로 풀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최 대표는 그릇 형태로 만들어진 식기를 한 번 더 액체 상태의 흙에 담갔다 빼내 자연스럽게 흐르는 흙물이 그대로 굳을 때까지 기다려 물결 형태로 그릇 가장자리를 마감했다. 이 물결이 웨이브테이블웨어의 시그니처이자 회사 이름이 됐다. 웨이브테이블웨어 식기는 가마에 세 번 들어가고 나서야 완성된다. 그릇 틀에 흙물을 부어 형태가 잡힌 식기를 깨끗하게 다듬은 뒤 그 식기를 다시 액체 상태의 흙에 담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느낌의 라인을 만든다.

이 그릇을 가마에 넣어 초벌하고 사포로 연마하면 1단계가 끝난다. 겉면은 무광, 속은 유광인 식기를 만들기 위해 다시 식기 안쪽에 유약을 바르고 재벌 후 사포로 연마하는 게 2단계다. 브랜드 로고를 바닥에 붙이고 세 번째 가마에 들어갔다 나와야 비로소 판매장에 진열될 수 있다.

최 대표가 웨이브테이블웨어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회사를 세우게 된 계기는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대표는 부부 작가다. 그는 학창시절 금속공예를, 남편은 도자공예를 전공했다. 결혼을 하고 미국 미시간 주 크랜브룩에서 석사 과정을 밟기로 한다. 크랜브룩은 미술, 디자인, 건축으로 유명한 사립 예술 대학원이다.

미드에서 보듯 비평과 토론, 강연으로만 진행된 수업 덕분에 최 대표는 틀에 갇혀 사고하던 습관을 조금씩 깨기 시작한다.

"과에 얽매이지 않는 작업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금속공예과를 졸업하더라도 패브릭을 이용한 작업부터 비디오 아트까지 본인의 생각을 구현하는 방식에 어떤 제약도 없었죠."

유학을 통해 최 대표와 남편이 정확히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기준을 잡을 수 있었다. 유학시절 필드트립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남편이 다니던 도자학과 바자회에 내놨던 컵이 날개 돋친 듯 팔렸고 이것이 웨이브테이블웨어의 모티브가 됐다. 최 대표가 공들인 웨이블테이블웨어는 긴 시간의 준비를 마치고 지난해 세상에 나와 잔잔하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최 대표는 웨이블테이블웨어 외에도 가구 스튜디오 'CONTAINER 5-1'에서 제품과 브랜드 전반에 걸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올리브영, 라네즈 등 코스메틱 브랜드 이미지 스타일링도 맡는 등 활동 보폭도 넓다.
그는 소비자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한계도 느꼈다고 살짝 고백했다.

"웨이브테이블웨어 식기 겉면인 흙은 유약 코팅이 돼 있지 않아 기존의 핸드메이드 제품들 보다 얼룩이나 스크래치가 쉽게 생길 수 있어요. 고객이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길들여지는 자연스러운 일인데, 처음 제품을 샀던 상태 그대로 유지되길 바라는 한국 소비자들한테는 낯설 수도 있다는 걸 알았죠."

그는 작가로서, 대표로서의 철학과 소비자의 요구를 천천히 맞춰 나갈 생각이다.

최 대표는 "앞으로는 더 다양한 종류의 식기들이 쓰일 것이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차츰 변화할 것"이라면서 "웨이브테이블웨어도 차츰 친근한 테이블웨어로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디지털뉴스부지면전송 기자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