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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베네수엘라 가상화폐 '페트로' 거래 금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0 14:35

수정 2018.03.20 14:3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이하 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정권이 발행한 가상화폐 '페트로' 거래를 전격 금지했다. 미국인, 미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페트로 거래를 할 수 없다. 앞으로 베네수엘라 니콜라 마두로 정권이 발행하는 그 어떤 다른 가상화폐도 거래할 수 없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우회하려던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꼼수'가 난관에 맞닥뜨리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인이나 미국내 기업, 개인 등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1월 9일 이후 발행한) 어떤 전자화폐, 전자동전, 전자토큰"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명령은 2주 유예기간을 뒀던 철강·알루미늄 관세 행정명령과 달리 즉각 효력이 나타나도록 했다.


백악관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베네수엘라 의회도 이미 페트로를 불법으로 규정했다고 강조했다.

페트로는 심각한 경제난과 부분적 디폴트(채무불이행) 속에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이 풍부한 석유를 바탕으로 지난달 발행한 세계 최초의 정부 발행 가상화폐다. 확인된 석유매장량 규모가 세계 최대인 베네수엘라는 지난달 1페트로는 석유 1배럴로 가치를 보장받는다면서 1억페트로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 사전판매를 통해 권장가격 60달러(USD)로 일부를 발행했고, 발행 첫날 7억3500만달러를 확보했다고 베네수엘라 정부는 주장했다.

백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20일 페트로 최초화폐공개(ICO)에 나서며 권장가격은 사전판매 당시와 같은 페트로당 60달러다. 1억 페트로를 발행한다는 것이 목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전판매를 포함해 모두 60억달러를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들과 반정부 인사들은 페트로 발행은 한편의 소극으로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경제현실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남미 역사상 가장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5년간 30% 넘게 쪼그라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으로는 올해에도 15% 줄어든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살인적이다. IMF는 올해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이 1만300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격 폭등으로 베네수엘라 화폐인 볼리바르 가치가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되면서 베네수엘라의 한 도시는 자체 통화를 발행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경제가 어렵지만 서방의 제재는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후반 미 재무부가 미 금융기관, 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금융기관들의 베네수엘라 채권 거래를 금지했고, 백악관은 마두로 대통령을 포함해 마두로 정권 인사 20여명에 대한 제재조처를 내렸다. 다만 베네수엘라의 숨통을 끊을 수도 있는 석유수출 금지 조처는 아직 유예하고 있다.

EU도 미국과 함께 베네수엘라 제재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11월 이후 일부 채무를 갚지 못하거나 채무상환이 늦어져 '선택적 디폴트' 상황에 빠져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재와 경제난 속에서도 마두로 대통령은 5월 20일 재집권을 위한 대통령 선거를 강행할 예정이고 이에 맞서 서방의 경제제재 역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이번 대선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면서 보이콧한 상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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