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FN 해외 대기획] 영원한 기회의 땅 베트남…'생산기지'를 넘어 '소비시장'으로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0 14:47

수정 2018.03.20 14:47

6일 오전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이마트 고밥점에서 쇼핑객들이 해산물을 직접 만져보며 구매하고 있다.
6일 오전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이마트 고밥점에서 쇼핑객들이 해산물을 직접 만져보며 구매하고 있다.

베트남 중산층·소비 시장 규모 추이 변화
2017년 2030년
중산층 규모 약 800만명 약 9500만명(추정)
소비 시장 규모 약 460억달러 약 9400억달러(추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호치민·하노이(베트남)=권승현, 오은선 기자】 "생산기지로서 좋은 조건을 가진 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소비시장만 보고 들어와도 충분한 때가 왔어요."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수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국내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직도 베트남이 일부 제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로만 비춰져 아쉽다고 했다. 그의 판단에 따르면 베트남의 소비시장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미 성장세가 뚜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베트남의 중산층 규모가 지난해 약 800만명 수준에서 2030년 95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전체 소비 규모도 460억달러(약 49조2890억원)에서 9400억달러(1007조304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마트, 이마트, GS25 등 다양한 한국 유통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활발해진 것도 중산층 확대와 연관이 있다. 실제로 호치민에 자리잡은 이마트의 해산물 코너는 화요일 낮시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해산물을 직접 만져보고 사는 베트남 사람들의 성향을 고려해 이마트는 매장에 대형 수족관을 설치했다.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보며 꼼꼼히 생선을 살폈다.

외식시장도 상당히 커진 상태다. 아침 다섯시 무렵 베트남 거리 곳곳에는 간이 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머지않아 출근하기 전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이 식당들을 가득 메운다. 이들은 조그만 플라스틱 의자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쌀국수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베트남에서 주로 부동산 시장에 주력했던 싱가포르는 이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자즈릴 림(Jazreel Lim) 주베트남 싱가포르 비즈니스협회(SBAV) 대표는 "앞으로 전자상거래, 식음료, 유통, 교육, 제조, 헬스케어 부문을 중심으로 대베트남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대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 1위를 다투고 있는 일본은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투자 부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누적액 기준으로 명실상부한 베트남 투자 1위국이지만, 제조업 비중이 71.9%에 달해 투자가 한쪽에 쏠려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윤주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호치민 무역관장은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이 베트남 내수시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관련 사업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우리 기업들이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향후 베트남의 내수소비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외국 기업들의 시장 선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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