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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 신임 원장 "한국 문학 본질에서 재출발하겠다"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0 12:38

수정 2018.03.20 12:38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 신임 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 신임 원장. 사진/연합뉴스
"'무엇이 한국 문학인가'라는 질문에서 다시 출발하겠다"
노벨문학상 후보, 맨부커상 수상 등 날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 문학의 해외시장 진출 최일선인 한국문학번역원이 한국 문학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한국 문학 전공자로 처음으로 번역원장에 취임한 김사인 신임 원장은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문학, 더 나아가 한국어 콘텐츠 전체의 총괄적 외교부로 번역원의 임무와 위상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번역원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한국문학의 해외번역 출판, 작가 교류 등의 지원 사업으로 한정된 면이 없지 않다. 그런 소극적 범주에서 벗어나 한국 문학의 진로, 세계문학이라는 넓은 지평 속에서의 역할 등 정책 전략 단위를 정립하는 기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가장 주의깊게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이 한국 문학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해외에 번역된 출판물의 양적 증가를 넘어, 한국문학이 해외 시장에서 확고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번역원 내에서 영어권, 불어권, 러시아, 스페인 등 각종 언어권을 다루는 부서가 있음에도 정작 한국어 문학 부서가 없다는 것을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문학이라는 근본적 고민 없이 아무리 많은 번역 출판물이 늘어나도 단발성 상품으로 소비될 뿐, 한국문학 총체에 대한 개념을 만드는데에는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김 원장은 연내 한국어문학 부서를 신설하고 세계 문학의 관점에서 한국어문학의 내용과 형식을 확정할 계획이다. 소설, 시와 비평으로 한정된 한국문학의 영역을 한문학, 판소리와 시조 등 지난 1000여년간 쌓인 우리의 유산으로 넓히는 한편, 특히 단순히 한강 이남, 남한 문학만이 아닌 북한, 해외동포 문학을 아우르는 통합 방안도 고심 중이다.

단기적으로 번역원의 기존 지원에서 반영되지 못한 한국문학 콘텐츠의 소개를 확대한다. 지난 2007년 기획돼 10년만에 성과를 이룬 미국 코넬대 엔솔로지가 그것이다. 해외 한국문학연구자 및 독자들을 위한 한국문학 입문 텍스트로 기획된 영문판 앤솔로지는 최찬식에서 편혜영에 이르는 100여년간의 한국문학이 담긴다.
올 하반기 출간 예정인 앤솔로지는 한국문학의 시대별 주요작품 총 30종을 3권으로 나눠 출간될 예정이다.

또 격년간으로 열리고 있는 '서울국제작가축제'를 단순히 작가 교류에서 벗어나 세계적 문학 축제로의 확대 전환을 모색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번역을 매개로 한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교류 공간인 '번역의 집'(가칭)을 마련하고 한국문학 전문 에이전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한국문학 다국어 온라인 정포플랫폼을 강화할 계획이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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