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걸음

[이구순의 느린 걸음] '세계 최초 5G'하면 뭐가 좋아요?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0 16:57

수정 2018.03.20 16:57

[이구순의 느린 걸음] '세계 최초 5G'하면 뭐가 좋아요?

"세계 최초로 5세대(5G) 통신을 상용화하면 우리나라에는 뭐가 좋아요?"

요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가나 공무원들을 만나면 빼놓지 않고 물어보는 말이다. 하루 세끼 밥 먹는 당연한 말처럼 '세계 최초 5G 상용화'도 어느 순간 당연한 상용구가 됐다.

그래서 정말 궁금해졌다. 처음 상용화하면 뭐가 좋지? 누가 좋지?

"당연히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ICT 국가이니 처음으로 상용화해야지요"라거나 "처음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면 세계 5G 표준화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5G망을 깔아 놓으면 그 위에 뭔가 탁월한 새 사업모델이 만들어지겠지요" 같은 막연한 대답만 돌아온다. 이건 아닌데 싶다.

2000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3세대(3G) 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고 최초 상용화를 추진했다.
당시 정보통신부는 세계 최초 3G 상용서비스를 통해 3G 핵심 장비와 단말기 수출 기반을 만들겠다고 했다. 일단 한국에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국산 교환장비로 통신망을 구축해 서비스에 성공하면 이 사례를 본 외국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한국산 장비를 사러 올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세계 시장은 계산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강력하게 지원했던 '동기식'이라는 기술이 세계 표준에서 밀려나면서 장비 수출은 어려워졌다. 단말기 수출을 성과로 건졌다.

세계 시장의 흐름을 찬찬히 따지지 않고 서두른 탓에 절반만 성공한 셈이 됐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하겠다는 지금 정책당국과 기업들은 그나마 목적도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달성은 못하더라도 목적은 분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국내 이동통신 회사들조차 5G 장비는 중국이나 유럽 회사의 제품을 쓰겠다고 나선다니 장비시장 주도권 얘기는 할 수 없을 듯하다. 단말기 시장은 글로벌 기업 간 기술 수준이 워낙 비슷해졌으니 굳이 한국에서 5G 사용자를 먼저 확보해야 할 이유가 없다. 자율주행차나 사물인터넷(IoT) 같은 분야에서 새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아직 눈에 띄는 사업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여전히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외국 서비스업체에 통신망 사용료를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제도조차 없으니 어림잡아 10조원가량 들어간다고 하는 5G망을 깔아놓고 공짜로 망을 내주게 생겼다.

정부가 다음달 5G 주파수 경매방안을 공개하면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향해 정부와 기업들의 질주가 시작된다.


질주를 시작하기 전에 정책 목적과 방향 먼저 신중히 점검해 줬으면 한다.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 대한민국과 한국인, 한국 기업이 얻는 게 뭐지?"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이구순 디지털뉴스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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