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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자율車 사고, 안전 강화하되 산업 살려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0 16:57

수정 2018.03.20 16:57

美전역에서 시험중단 위기 국내산업 허점 보완할 기회
보행자 사망사고로 미국 자율주행차 관련산업이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 세계 1위 승차공유업체 우버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교외에서 자율주행차를 시험운행하다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치었다. 횡단보도 표시선 밖에 있는 보행자를 차가 인지하지 못했다. 자율주행차가 사람을 들이받아 사망케 한 첫 사례다. 우버는 즉각 북미지역의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중단했다.

자율주행차 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애리조나주와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여러 주가 실제 도로에서 잇달아 시험운행을 허용한 탓이다. 지난해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거리로 나온 자율주행 셔틀버스는 운행 2시간 만에 사고를 냈다. 신호를 어기고 움직이는 상대 운전자의 차를 피하지 못했다. 사고가 쌓일수록 반대론자들의 목소리도 커진다.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면 자율주행차산업은 무용지물이다. 이번 사고도 업체들이 자율주행기술을 맹신한 탓이 크다. 캘리포니아주 등은 조만간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 시험주행도 전면 허용할 계획이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허점만 보완하면 더 얻을 게 많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교통사고로 발생한 사망사고 3만7000건 중 94%가 운전자 실수 때문이었다. 자율주행기술을 상용화하면 졸음운전, 끼어들기로 인한 접촉사고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응용 분야도 널렸다. 무인마트 '아마존 고'를 선보인 아마존은 매장 곳곳에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센서를 달았다. 이달 초 우아한형제들이 선보인 배달로봇 '딜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정교해도 자율주행기술이 없이 상용화하기 어렵다.

이번 사고로 국내 자율주행산업까지 제동이 걸릴까 우려스럽다. 벌써부터 미국 소비자단체와 정치권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국내엔 기회다. 안전한 시험주행을 보장한다면 앞서갈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선 미국보다 더 안전한 시험장이 많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 인근 14㎞ 구간을 시험도로로 확보했다.
차가 많지 않고 신차 시험에 활용하는 곳이다. KT도 2019년까지 경기 성남 판교제로시티에 자율주행 실증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엄격한 시험운행 기준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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