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이유 없이 오르는 종목은 없다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1 17:02

수정 2018.03.21 17:02

[차장칼럼] 이유 없이 오르는 종목은 없다


"너네들은 맨날 세력들한테 당했네, 작전에 말렸네 하면서 우는 소리들 하지, 머리가 나빠서 깡통 찼다는 소리는 죽어도 안해요."

벌써 10년 가까이 지난 영화 '작전'에 나오는 대사다. 영화에는 금융감독원도 나오고, 홈트레이딩시스템에 기자들한테는 익숙한 여의도 거리 풍경이 등장해 일단 친숙했다. 물론 영화 자체의 재미도 훌륭했다.

몇몇 사람들이 모여 증시에서 작전을 치는데 돈을 대는 물주, 주식을 돌리는 선수, 희생양으로 삼기 위한 스타트업까지 작가가 상당히 공들여 취재한 티가 많이 나는 영화였다.

돈은 있지만 서서히 망가져가는 회사의 사주가 한창 뜨는 신기술을 가진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해서 우회상장하고, 주가를 띄운 뒤 빠져나가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는 게 이 영화의 줄거리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개미들 가슴을 후벼파는 말들을 틈틈히 쏟아내는데 저 대사가 바로 그랬다.
대박 급등주를 쫓는 개미들 중에 돈 벌고 나서 작전세력 덕분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잃고 나면 공매도, 작전세력, 기관 때문이라며 말들이 많기 마련이다.

최근 코스닥의 한 종목이 10일 연속으로 올랐다. 딱히 나오는 얘기도 없는데 주가가 그야말로 미친듯이 올랐다. 그런데 오를 대로 오르고 나서야 갑자기 공시가 하나 튀어나왔다. 해외업체와 수억원대 공급계약을 했단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난다더니 10일 동안 왜 오를까 쳐다만 보던 투자자들은 이마를 탁 치며 안타까움의 비명을 질렀을 법한 상황이다.

얼마 전 한 재테크 설명회에서 강사로 나선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가 이런 말을 했다. 차트를 집단지성의 결과로 보면 종목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로 조건이 좋은 종목이 별다른 이슈 없이 계속 오르고 있다면, 답은 한 가지라고 말했다. 저렇게 돈을 쏟아부으며 매수하고 있는 '누군가'는 내가 모르는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몇 년 전 한 기업 직원들이 악재가 터지기 전에 미리 주식을 내다 판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준 일이 있다. 이 사건은 세력의 개입은 없었지만, 내부 직원들의 입소문과 귀동냥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일이 커진 경우였다.

영화 '작전'의 말미에 세력들이 개미들에게 물량을 던지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바닥인 줄 알고 사는 놈들, 지하실 구경하게 될 겁니다.
"

아침에 스마트폰이나 PC로 주식판을 들여다보면 오늘도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온 종목들이 빨간불을 번쩍이며 오르고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오르는 종목은 없다.
누군가 올리고 있거나, 아니면 오를 만한 이유가 숨어 있거나. 나방처럼 불빛을 좇을지 말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안승현 증권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