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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베트남 국빈방문] '박항서 매직'을 넘어...베트남 히딩크 만난 이유는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2 18:09

수정 2018.03.22 18:09

제99주년 3·1절인 1일 타종기념행사가 열린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베트남 최초로 2018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끈 박항서 감독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99주년 3·1절인 1일 타종기념행사가 열린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베트남 최초로 2018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끈 박항서 감독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노이(베트남)=조은효기자】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오후 베트남 국빈방문 첫 일정으로 '베트남의 히딩크', '국민 오빠' 등으로 불리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만났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장을 찾은 문 대통령은 대표팀 숙소를 둘러보고,훈련을 참관하며 박 감독과 선수단을 격려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지 3개월 만인 올해 1월 축구 변방인 베트남을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AFC U-23)에서 준우승으로 이끌어 일약 베트남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번 만남은 문 대통령이 박 감독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표현,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박 감독을 만난 건 단순한 격려차원만은 아니다. 베트남 선수들이 가진 '투혼'과 박 감독의 '신뢰의 리더십'이 결합한 '박항서 매직'을 한국과 베트남이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의 '한·베트남 매직'으로 만들어가자는 상징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 순방의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국민 간 정서적 교감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박 감독을 만나는 것 자체가 베트남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를 매개로 베트남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일종의 공공외교인 셈이다.

현재 베트남에는 박 감독을 비롯해 총 7개 종목에서 한국인 감독이 국가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 사격 종목에서 베트남에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호앙 쑤안 빈이 박충건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 국영통신사(VNA)와의 인터뷰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말레이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한국이 후원하는 '동계스포츠 육성 프로그램'에 참가해 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웠다"며 "4년 뒤 동계올림픽에 베트남 선수의 출전을 위해 한국도 협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포츠를 매개로 한 공공외교 차원 외에 박감독가 가진 리더십 역시 문 대통령이 그를 찾은 다른 이유로 지목된다. 국내에선 철저히 비주류였던 그가 베트남에서 새로운 신화를 이뤘다는 점은 인간적인 호기심과 매력을 낳는다. 베트남은 기회의 땅이었고, 박 감독은 소신과 능력을 펼칠 그 기회를 잡았던 것이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수석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 보좌로 국내 팬들에 얼굴을 알린 그는 사실 국내에선 비운의 지도자였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감독을 잠시 맡기도 했지만 이후 국내 프로팀 중 약팀이나 저예산팀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선수들 편에 서다보니 구단 및 축구계 지도부와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지휘봉을 내려놓길 수차례. 하지만 지난해 10월 베트남행은 반전 그 자체였다.
저평가 돼 온 그의 '신뢰의 리더십'은 축구 약체 베트남에 최고 성적을 안겨줬다. 문 대통령은 비주류에서 '베트남의 국민 오빠'로 화려하게 발돋움하며 한·베트남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박항서의 리더십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감독은 현재 베트남 성인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을 총괄하고 있으며,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지역예선에도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 예정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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