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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시장 선택받은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3 17:11

수정 2018.03.23 17:11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에 성공했다.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은 85% 가까운 찬성표를 얻었다. 앞서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 ISS는 김 회장 연임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외국인 지분율이 73%를 웃돈다. 외국인 주주들이 ISS 견해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3연임은 예견된 일이다. 게다가 하나금융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따로 찬반을 밝히지 않고 중립투표했다.
중립투표는 다른 주주들의 찬성.반대 비율을 그대로 적용한다.

시장에 맡겼더니 탈이 없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순익 2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주주들은 최고경영자(CEO)를 판단할 때 실적부터 본다. 실적이 좋으면 회장을 몇 번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시장에선 이게 상식이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자꾸 상식에 어긋나는 짓을 하려 했다. '셀프연임'을 문제 삼아 김 회장이 그만뒀으면 하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냈다. 그러다 끝내 금융감독원장이 사퇴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금융지주 회장도 바꿔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관치다. 능력 있는 CEO는 10년, 20년을 해도 좋다. 거꾸로 무능한 CEO는 임기 전이라도 주주, 곧 시장이 끌어내릴 수 있다. 김 회장 3연임을 계기로 우리 금융시장도 상식이 통하는 곳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같은 날 열린 KB금융지주 주총에서도 주목할 만한 결과가 있었다.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또 부결됐다. 찬성률이 4.23%에 그쳤다. 노조는 작년 11월 주총에서도 사외이사를 추천했지만 실패했다. 그나마 그땐 국민연금이 찬성한 덕에 13.73%의 찬성률을 얻었으나 이번엔 국민연금마저 등을 돌렸다. 아직 노조가 시장을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국민연금 의결권도 흥미롭다. 하나금융 주총에선 회장 선임건에 중립투표를 했고, KB금융 주총에선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뽑는 안건에 반대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정권 코드'에 맞출 것이란 우려가 컸다. 만약 코드에 맞췄다면 김 회장 선임에 반대하고,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하는 게 맞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시장과 거꾸로 가는 엉뚱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적어도 하나금융.KB금융지주 주총에서 코드 우려는 기우로 나타났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 의결권은 정치와 멀어질수록 정당성을 갖는다.
앞으로도 정권이 아니라 시장과 소통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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