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여의도에서] 박원순 강남시장론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3 17:11

수정 2018.03.23 17:11

[여의도에서] 박원순 강남시장론


서울시민 1000만을 책임지는 서울시장 자리는 대통령 다음으로 욕심낼 만큼 모든 정치인에게는 선망의 자리다.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총리 자리를 내주는 조건으로 서울시장 3선 불출마를 제안하자 그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자리는 천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좋은 교두보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금 앞으로 4년이나 남아있는 대선(大選) 관련 질문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3선 이후 서울시장의 남은 임기를 어떡할 것이냐"는 것이 질문의 요지다. 차기 대선은 2022년 5월, 박 시장의 3선 마지막 임기는 같은 해 6월 말이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서울시장 3선은 떼어놓은 당상이며 차기 유력 대선후보로 꼽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이보다 더 좋은 질문이 또 어디 있겠나. 그러나 그는 "벌써부터 이런 질문은 곤혹스러울 뿐"이라고 하소연한다.

그를 괴롭히는 홍역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원순 강남시장론'이다. 이 말대로라면 그는 '서울 시정(市政)을 강남만을 위해 펴고 있다'는 뜻이다. 보수로 결집돼 있는 강남 표를 의식해 그는 이 지역에만 초대형 개발을 추진하고, 재건축 허가도 내주고, 강남 아파트 값을 띄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그는 "박원순 비방.음해론"이라며 말을 잘라버린다. 박근혜 전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을 자신에게 덤터기 씌운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정부는 이런 명분 아래 재건축규제를 대폭 풀어줬다. 또 재건축 연한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시켰다. 또한 이명박정부가 2년 미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2017년까지 3년 더 유예시켰다. 게다가 주거안정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도 20%에서 15%로 낮춰줬다. 여기에 한술 더 떴다. 대출까지 후하게 내주면서 빚 내서 집 사라는 말이 유행처럼 나돌았다. 이에 대해 당시 힘이 없었던 서울시는 이대로 가면 강남 일대 아파트의 재건축 시기가 집중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또 어떤 후보는 '서민이 도심에 사는 정책을 펴겠다'고 공약했다. 서울은 부자들만 살 게 아니라 돈 없는 서민도 살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 이 정책은 이미 하고 있다. 지하철역 주변의 청년 임대주택 공급책이 그렇다. 또 연간 1.2%의 낮은 이자로 최대 2억원까지 대출해 신혼부부 누구나 서울 도심에서 살 수 있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 청년에게 연간 1만7000채의 아파트를, 앞으로 4년간 8만5000채를 공급한다.

선거는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게임이다. 여론조사에서 어떤 한 사람이 독주한다고 해서 무조건 헐뜯기만 한다면 그것은 촛불혁명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다. 유권자는 반칙과 꼼수가 아닌 정책과 철학, 비전으로 승부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이런 모습을 우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확인했다. 국민은 메달의 색깔보다 진정성을 더 응원했다. 최고를 넘어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박수를 더 힘차게 보냈다. 지방선거는 이제 82일밖에 남지 않았다.
여당은 미투(me too) 운동으로 여러 후보가 중도 낙마하며, 박영선.우상호 의원 등 3명으로 압축됐다. 그러나 야당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유권자는 여야를 떠나 박 시장보다 더 나은 능력자가 나와 선거판이 후끈 달궈지길 바라지만 오히려 식어가는 느낌이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김두일 정책사회부 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