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국회 개헌 논의, 국민은 뒷전

'제도'와 '사람' 중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

26일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 개헌안 발의를 앞두고 국회에서 충돌 중인 개헌 논쟁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처럼 본질은 두 가지 딜레마로 요약된다.

제도와 지도자 모두가 좋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불행하게도 두 가지 모두 나쁜 경우가 더 많았다.

그나마 시대가 변해도 지도자가 이를 따라주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대표적이었다. 그럼에도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민주화 시대를 통치한 대통령들은 본인보다 제도 탓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다른 평가도 있었다. 대부분 대통령은 청와대만 가면 과거와 달라지고 욕심이 생겨서 야당과 갈등이 불거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청와대 터를 탓하는 엉뚱한 주장들도 끊이지 않았다.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지적이다. 풍수지리가 아니라 청와대만 가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것은 역대 대통령들 중에선 적어도 일부는 맞는 말이었다.

민주화 시대 이후 대통령들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고 욕심을 냈다. 하지만 대부분 성공하려는 패러다임과 강박관념, 조급증만 있었다. 우리 대통령제는 내각제 요소가 절충된 형태다. 다른 대통령제 국가에 비해 의회의 견제가 강한 반면 의회 해산권한도 없다. 그만큼 대통령의 권한이 크지 않다. 5년 단임제도 장애물이다.

민주화 시대 이전 역대 권위주의 시절 대통령들이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시스템을 무시한 결과였다. 그러나 민주화 시대 이후 대통령들도 과거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갈등이 시작된다. 과거엔 인사권 남용, 여당에 대한 공천권 전횡이 가능한 때였다. 대통령이 제왕적 총재로 군림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했다. 이제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대통령 권위도 더 추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뿐만 아니라 19대 총선 과정에서 공천전횡 논란을 겪은 뒤 선거 패배의 쓴맛을 봐야 했다.

역대 대통령의 이 같은 위기를 겪으면서 적어도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만큼은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도 커졌다.

그럼에도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헌 논의는 국민에겐 커다란 불행이다. 논쟁 중심에서 국민은 주인이 아닌 객이 되고 있어서다. 또 논의가 생산적 논쟁보다 여야 모두 선거에 방점이 놓인 빈껍데기뿐인 논쟁이라는 점에서다.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기회다. 각당의 이해 속에 권력 형태나 개헌투표 시점의 이견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가 바뀔 수 있느냐다. 제도냐 사람이냐 하는 논쟁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cerju@fnnews.com 심형준 정치부